유성인(약12)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문득 2014년을 알리는 종소리 이후로, 벌써 올해의 3분의 1이 지나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예년 같았으면 이 시기에 대동제나 과 행사로 분주했을 학우들의 소식들이 SNS와 학내 언론을 통해 알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예상했던 대로 세월호 침몰 사건에 의해 대동제가 취소됐다는 소식이 1면을 장식했다. “사회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서 축제 중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교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대동제 취소 결정을 전한 인사캠 총학생회장의 말에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엔 수긍했다.
사실 대한민국 전역이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 언론은 아무도 구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반복적으로 보도하며, 헛된 정보들이 SNS에서 확대되고 재생산되고, 새롭게 꾸며진다. 이는 곧 SNS를 포함한 매체에 선동당하는 사람들과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들로 양극화되고, 신뢰가 사라진 사회를 만든다. 성대신문은 신뢰할 수 있는 대학 언론이어야만 한다. 그저 획일적인, 잘 알려진 정보만을 뜨뜻미지근하게 써내려가는 언론이 아닌, 학우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우리의 현재 모습을 바로 보여줄 수 있는 언론 말이다.
성대신문 제1561호 사회면에서는 부채 때문에 청춘 그 자체를 잃어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볼 수 있었다. 조금 안타까웠던 것은 이를 무난히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사실상 거의 없었다는 것에 있다. 빚이 생기고 난 뒤 상담이나 개인회생, 개인파산 등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다. 대출의 주요 원인은 학자금 마련, 즉 대학생들이 해결하기 힘든 높은 등록금 액수에 있는데, 더 큰 문제는 우리 학우 중 대다수가 내가 낸 등록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히 모른다는 것에 있다. 대동제나 건기제 때 설치하는 메인 무대가 내 등록금이 쓰이는 것일까, 아니면 학생회비에서 쓰이는 것일까? 성대신문에서 앞으로 매년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모든 학우가 볼 수 있게 공개하고, 우리가 낸 등록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심층적으로 취재한 기사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스라엘의 철학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자신의 저서 ‘품위 있는 사회’에서 “품위 있는 사회는 제도가 사람들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라고 했다. 우리의 제도는 지금 어떠한가. 대한민국 전체를 보지 않고 우리 학교만 보더라도 당장 쌓여있는 제도적인 문제들이 많다. 화두와 문제점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건전한 논의로 이끌어갈 수 있는 역할, 바로 성대신문이 해야 할 막중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참 살기 힘든 세상이다. 그럼에도 성대신문 제1561호 보도 면에 작게 나온 ‘하하파파 아저씨’와 같은,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기사들이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해 우리 학교 대동제도 취소되고, 지역 축제도 취소되고, 예능도 결방되는 상황이지만, 성대신문에 이렇게 유쾌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감동적인 기사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면, 어쩌면 성대신문이 우리 속에 뿌리를 내린 우울함을 치유해 줄 수 있는 ‘힐링’ 신문의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유성인(약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