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사우 김성균씨

기자명 한정민 기자 (greenimjh@skkuw.com)

 
‘어디서 감히 약을 팔고 앉았는 약장수 곰돌이가 단돈 삼천원!’ 문구 용품을 사기 위해 들어서면 ‘약장수 곰돌이’가 손님을 맞는다. 경영관 지하 3층에 위치한 학내 유일의 문구점인 문방사우다. 한동안 곳곳의 재밌는 글귀와 장난감에 빠져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사러온 문구 용품은 어느새 잊고 만다. 대학의 낭만과 학생들의 어릴 적 동심을 지켜주는 그곳, 문방사우의 점장 김성균(35) 씨를 만났다.

“아버지가 성균관의 ‘성균’을 따 이름을 지으셔서 한자도 똑같아요.” 이름 때문일까, 2004년 군 제대 후 일자리를 찾던 그에게 우리 학교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가 문방사우에서 일한 지도 올해로 10년째, 문방사우의 전매특허인 ‘재밌는 문구’를 시작한 것은 2010년 봄부터다. 처음 우리 학교에 왔을 때 그는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대학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가 생각한 대학은 ‘낭만’이었는데, 실상은 너무 삭막했다. 다들 공부에만 여념이 없고, 문구점에서는 펜과 노트 등 공부에 필요한 용품만 팔려나갔다.
아직도 집에 장난감과 만화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동심을 간직한 그는, 낭만이 없는 대학을 보며 문구점을 재밌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문방사우에 처음 들여놓은 장난감은 ‘비눗방울’이다. 문구상품을 받다가 우연히 그 옆의 비눗방울을 보게 된 그는 즉흥적으로 상품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상품에 글귀를 써 붙였다. ‘언제까지 PC방, 당구장에서 청춘을 썩히고 있을텐가! 지금 당장 햇살이 찬란한 금잔디 광장에 뛰쳐나가 비눗방울을 불어보자! 이것이 바로 그대가 꿈꾸던 캠퍼스의 낭만이다!’


한동안 문구점 한편에 조용히 놓여있던 비눗방울은 1년여가 흐른 후에야 학우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어느 날 금잔디를 지나던 성균 씨는 하늘로 방울방울 날아가는 비눗방울을 발견했다. 몇몇 학우가 금잔디에 모여 비눗방울을 불고 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는 많은 사람이 여전히 동심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비눗방울은 추억의 상징 같은 거예요, 비눗방울을 불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죠.” 그는 아직도 비눗방울에 묘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후로 많은 아기자기한 장난감을 들여놨다. 그가 장난감을 선정하는 기준은 ‘추억’이다. 나이 상관없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의 물건들, 공기, 제기차기 등이 그 대상이다. 이외에 즉흥적으로 선정되는 것도 많다. 성균 씨가 본 영화, 만화 등과 연관된 물건이 주로 선택되고, 문구도 이를 통해 결정된다. 이렇게 선정된 상품 중 하나가 영화 ‘19곰 테드’에서 착안한 ‘곰돌이 수정테이프’다.


재밌는 글귀로 가득 찬 문방사우를 들어서는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검은 두건을 쓴 성균 씨의 몫이다. 항상 두건을 쓰고 있는 그의 모습에 일부 학우는 ‘머리숱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그가 처음 두건을 쓰게 된 계기는 ‘감당이 안 될 만큼’ 많은 머리숱 때문이었다. 잠깐 쓰고 벗으려 했지만, ‘검은 옷에 두건까지 두르니 마치 배트맨 같다’는 친구의 말 한마디에 그는 12년째 두건을 쓰고 있다.
대학교 문구점에 동심을 불어넣은 그는 문구점을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중이다. 그는 나아가 80, 90년대의 문방구를 재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릴 적 문방구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하던 오락기도 들여놓고 싶고, 어릴 적 문방구에서 팔던 불량식품도 팔고…. 사실상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위험을 감수해야 낭만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릴 적 문방구는 문턱이 없었다. 문은 항상 열려있었고, 아이들은 모여서 놀다 가곤 했다. 문방구의 아저씨는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문방사우도 그렇다. 어릴 적 추억과 동심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문방사우로 향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