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 다시 만난 거라
그 골목길 어귀에서
지난 여름 그날처럼
나는 또 다시 설레이고
사소했던 오해들도
기다렸던 시간들도
우리 다시 만난 거야…
*버스커 버스커 ‘골목길 어귀에서’ 中

큰길에서 쑥 들어가 동네나 마을 사이로 이리저리 나 있는 좁은 길.
‘골목’의 사전적 정의다.
그러나 골목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야기를 품은 길이다.
골목은 그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다른 이미지, 다른 기억으로 남아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킨다. 연인에게는 헤어짐과 만남을 기약하는 곳, 아이들에게는 숨바꼭질을 하며 뛰노는 곳이다.
당신이 무심코 지나가는 그 골목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곳인가.

  

 골목길을 올라가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높고 가파른 계단들.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다 마주한 ‘HERE WE GO’, ‘COME WITH ME’ 문구와 그림들은 다시 올라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이 양반이 올 때가 됐는디…”
아이를 업고 귀가가 늦어지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머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골목 어귀만
바라보고 있다.
골목은 애정과 기다림이 가득한 공간이다.

  

 “북촌을 가지 왜 여길 왔어”
서촌 골목길 끝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시던 할머니들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옛날엔 한옥들이 참 많았는데…지금은 다 헐어지고 몇 채 안남았어”
오래 뿌리내리고 살았던 그들에게 허물어지는 한옥과 떠나는 이웃들,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여전히 어색하기만 하다.

 “여기에서 책을 팔기 시작한지 47년이 넘었어”
대학시절부터 청계천 책방거리에서 책을 팔았다는 책방 ‘민중서림’의 주인 정결(경제64) 동문. 그의 책방에는 그의 손길을 거친 소중한 책들이 가득 쌓여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아가씨, 빈대떡 하나 잡수고 가”
자글자글한 기름 냄새, 행인을 멈춰세우는 색색의 거리 음식들, 자리에 앉아 떠들고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시장 속 먹자골목은 오늘도 조용할 틈 없이 바쁘게 흘러간다.

 “이곳에서 용케도 피어났네”
골목길을 지나가다 무심코 내려본 시선 끝에 맺힌 노란 민들레꽃 하나.
무너진 벽 아래, 햇살도 잘 들지 않는 곳에서 뿌리내린 그 꽃은 여느 꽃보다 더 아름답다.

그녀를 바래다주는 길.
헤어지기 아쉬워…

기름 닳을 일 없는 가로등 불빛 아래서 밤이 다가도록 사랑 이야기를 나눈다.
골목길은 연인들의 사랑으로 밝아지는 곳이다.

 

 

 

김은솔 기자 eunsol_kim@skkuw.com
한영준 기자 han0young@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