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영인 기자 (nanana26@skkuw.com)

필자의 신문사 생활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입학하자마자 성대신문에 들어와서는 휴학 한번 없이 2년 반을 성대신문 기자로서 지냈다. 그렇다 보니 신문사는 지금까지 필자의 대학생활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원래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며 인생을 살지 않는 필자는 신문사 생활이 끝나고 나면 ‘그때 가서 할 거 하고, 하고 싶은 거 해야지’라고 마냥 생각했다. 물론 며칠 전까지만. 요즘은 누구보다도 심각하게 신문사 그 이후의 생활을 고민하고 있다. “신문사 퇴임하고 나면 이제 뭐 할 거야?”라는 질문을 좀 과장을 보태 100번은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갑자기 생긴 잉여시간으로 정말 잉여인간이 될까 봐 걱정돼서도 아니다. ‘되는대로 살자’고 내버려두기에는 내 일상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스승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언론은 죽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세대 교수들이 시작한 시국선언은 우리 학교 문과대 교수들의 선언문으로도 이어졌다. 현직 언론인 5623명은 세월호 사건 관련 보도를 반성했고, 교수들은 지식인도 스승도 아닌 한낱 전문가에 불과했던 자신을 고백했다. 세월호를 침몰하게 한 이 사회를 만든 장본인이 자신임을 모두가 깨달았고, 반성했다.
그 속에서 필자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보사 기자로서 건전한 학생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척을 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한 번도 자유로운 적 없었던 학보사의 편집권 속에서 ‘그래도 신문을 내는 것이 먼저다’라는 생각에 주춤하고, 혹시나의 상황을 생각해 몸을 사리며 자기검열을 하지 않았는지. “그래도 나는 이만큼 했어. 할만큼은 한 거야. 어쩔 수가 없었어”라고 자위하며 나 자신을 정당화했다. 우리 학교 문과대 교수들의 선언문에서 쓰여 있던 것처럼 ‘사회 곳곳에 침몰의 징후를 보이는 비리와 모순이 있었음에도 나 자신만 살겠다고 도망치고 있었다’가 혹시 내 얘기는 아닐까.
극심한 경쟁 속에 내 밥벌이만이라도 잘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졌다. 얼마 전 만난 취준생 친구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자격증 따고 공부하는 게, 돈 많이 벌어 부자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어디 취직하고 싶어서라는 게....”라고 말끝을 흐렸다. 어딘가에 취직하기 위해서 별의별 걸 다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은 주변을 돌아볼 시간 따위를 대학생들에게 허용하지 않는다. 사회는 나를 포함한 모두가 침몰의 징후를 보고서도 나 자신만 살기 위해 도망치게 하고 있다. 이런 사회 속에서 대학생들에게 정의의 반대말은 부정의가 아닌, 생계다.
그래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필자는 반성하고, 고민하고 있다. 하필이면 이제까지 대학생활의 전부였던 신문사를 나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지금 말이다. 물론 필자는 신문사 조판을 준비하고 밀려오는 과제를 처리하며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떠는 일상 속에 있다. 세월호를 침몰하게 만든 것들이 가득한 그 일상 속에서 필자는 어디를 향해 발을 내놓을 것인지를 고민하며 여전히 그 가운데에 서 있을 뿐이다.
온갖 비리와 모순이 뒤얽힌 지금의 침몰하는 이 사회를 슈퍼맨이 나타나 고쳐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갑자기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루아침에 세상을 변화하길 바라는 것 역시 무리다. 결국 우리 개개인이 결정해야 한다. 침몰하는 이 사회에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그리고 그 삶을 살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실 우리는 모두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