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다영 기자 (gaga0822@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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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법대로’ 해결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사회 갈등 수준이 OECD 27개국 중 2위이며, 갈등지수를 OECD 회원국의 평균수준까지 낮춘다면 2010년 기준으로 1인당 GDP가 27%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지표가 얼마나 객관성을 갖는지는 모르지만 밀양송전탑 문제와 더불어 각종 철거민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남아있다.
문제는 갈등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방식에 있다. 2012년 대검찰청에 따르면 한 해 평균 우리나라 인구 1만 명당 고소?고발은 80건 가량으로 비슷한 사법체계를 가진 일본의 1.3건의 60배가 넘는다고 한다. 이에 박길성 고려대 교수는 한국사회를 ‘고소 공화국’이라 칭했다. 갈등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것을 조정하기보단 무조건 고소부터 하려는 소송만능주의가 만연한 것이다. 더불어 갈등을 관리하고 제도화를 가능하게 하는 타협이나 조정의 규범과 제도의 공간이 매우 취약한 것이다.
단국대 분쟁해결센터 김강민 연구교수는 사법적인 처리의 가장 큰 문제가 ‘소멸’의 형태라 말했다. 소멸이란 정책 추진도 무산되고, 철회를 밝히지도 않은 채 갈등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부천시의 화장장 건립 문제가 있다. 화장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 간 찬반대립이 심해졌고, 부천시와 구로구의 입장차이로 인해 6년동안 국토해양부는 화장장 건립지역의 개발제한구역 승인을 지연했다. 이것은 사회적 비용을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갈등 형태로 갈등해결의 시스템 부재로 발생한다. 김 교수는 “최종분쟁해결양상 도표를 보면 행정집행 다음으로 2번째로 많은 것이 소멸의 형태”라며, “가장 비효율적인 형태가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갈등 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우리나라는 갈등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조정하기보단 무조건 고소부터 하려는 소송만능주의가 만연하다. ⓒlegalinsight

우리 지역에 ‘갈등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줘
갈등관리 연구기관으로 지정된 단국대 분쟁해결센터에서는 지난 4월 ‘한국사회 갈등 대진단’을 주제로 한 학술제를 통해 한국사회의 갈등양상과 대안에 대해 토론했다. 김강민 연구교수는 우리나라의 분쟁종류 중 중앙?지방정부와 주민 간 ‘관민분쟁’이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며 평균분쟁지속일수도 692일로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처럼 관이 주도하는 사업의 경우 이미 발생한 갈등이 아니라 갈등예방의 차원이라 협상률이 낮다. 환경조정연구원과 같은 중재 전문가 집단은 갈등 예방 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다. 중재과정에 참여하는 중앙정부 소속의 기관들은 모두 관의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중립성을 가질 수 없다고 한다. 김 교수는 “관민갈등은 대부분 소멸로 끝나는데, 관이 주체가 될 경우엔 조정 단체와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갈등을 위한 입법도 마련돼 있지 않다.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이 대통령령으로 존재하긴 하지만 그 구속력이 약하다. 미국의 경우에는 ‘FMCS(연방알선조정처)’가 따로 운영돼 갈등 전문 조정가가 따로 활동한다.
 ‘중조’와 갈등해결위한 노력의 움직임
미국은 1970년대부터 소송이 아닌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자는 ‘대안적 분쟁해결(ADR)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미국 내 소송 사건 중 95%이상이 법정 밖에서 해결됐다. 현재 미국 대부분의 법원은 ‘중조’를 핵심으로 하는 AD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조’란 mediation의 번역어로 절대적 결정권자에 의해 판정을 하는 중재와 조정과는 다르게 당사자 간의 대화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도모하는 방법이다. 각 지역사회에도 공영, 민영 갈등 해결 센터와 전문가가 있으며, 전문중조인만 해도 3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한국갈등센터가 운영되며 전문양성인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으나 그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단국대 분쟁해결 조정센터와 우리학교 갈등해결센터 등 대학가에서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강민 연구교수는 “외국의 모형을 변형, 적용한 한국적인 갈등해결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