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락(국문11)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세월호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비통해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이렇게 슬퍼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입을 열어 스스로의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많은 의견과 수많은 입장들이 난립하면서 갈등과 대립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촉발된 대립과 갈등은 더 나아가 해묵은 정치성향을 들먹이는 보수와 진보 간의 갈등으로 양상이 변화되어 갔다. 처음에는 대통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에서 시작되었던 논쟁은 어느새 서로에게 색깔을 입히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감정싸움으로 치달았다. 이에 세월호에 대한 진정한 애도와 추모의 분위기는 퇴색되어 버리고 말았다.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자중하며 가슴아파 해야 할 참사가 정치적인 싸움판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갈등은 중재자의 개입없이 당사자들간의 논쟁으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상대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게 만드는 여러 심리 경향이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들 세 가지만 꼽아본다면 우선 '프레임'이라는 개념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 에 따르면 사람의 정신에는 그 사람의 사고 방식이나 가치관을 결정하는 일종의 틀이 있다고 한다. 이를 프레임이라 부르는데 보통 사람들이 새로운 사실이나 주장을 접하게 되면 이 프레임에 의해 그를 해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의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프레임에 부합한다면 받아들이고 부합하지 않으면 무시해 버린다는 것이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개념도 주목할 만하다. 프레임 이론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는 경향인데, 사람들이 보통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에 따라 개인들은 자신의 입맞에 맞는 근거만을 적극적으로 취사선택하고 강력하게 믿는 반면, 반대의 의견은 무시하거나 진실임이 확실하더라도 그 영향력을 과소평가해 버린다. 마지막으로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라는 개념이 있다. 집단의 의사결정이 구성원들간의 토론 후에 개별적인 결정보다 극단적으로 보수적이거나 극단적으로 혁신적인 방향으로 나뉘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논쟁을 지속할수록 서로의 의견을 인정하기는 커녕 본인쪽의 의견을 더욱 강력하게 지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진보 대 보수의 갈등처럼 개개인의 가치관이 깊숙이 관련되어 있는 갈등은 당사자들간의 의견 대립으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의 정신 속에 이미 결정되어 진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호 성대 신문에 나온 <정의로 조율하는 갈등 해결 시스템> , <갈등이 발생해도, 해결 통로가 없다> 두 기사가 반갑다. 한국 사회에는 감정적,물질적 비용을 소모하게 만들고 해답을 내릴 수 없는 갈등들이 너무 만연해 있다. 이를 중재하고 해소할 시스템이나 기관의 존재가 절실하다. 어쩌면 이것이 제2의 세월호 사태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방책일지도 모른다. 이를 위해서는 갈등과 분쟁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을 경계해야 하고, 당사자들간의 합의와 서로에 대한 존중의 의지가 꼭 필요할 것이다. 끝이 없는 갈등과 대립, 그 출구를 향한 길이 하루 빨리 생겨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정정락(국문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