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대중화 속 메마른 인문학
어설픈 대중화 속 메마른 인문학
  • 윤나영 기자
  • 승인 2014.06.02 23:18
  • 호수 15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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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인문학협동조합은 ‘인문학 대중화의 현황과 과제’라는 심포지엄을 개최해, 여러 주체들이 실현하고 있는 ‘인문학 대중화’가 ‘인문학의 위기’로 이어지는 원인을 분석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대학 △정부 △출판계 △일반 대중강의업체 종사자가 각자의 분야에서 분석한 인문학 대중화 현상을 발표·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인문학 가치 훼손하는 공공기관
최근 정부는 정책적으로 인문학 대중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적 토대뿐만 아니라 정신적·문화적 토양을 일구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이런 국정 기조를 기반으로 ‘문화융성위원회’가 출범했다. 201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인문정신문화 진흥 사업에 515억 8800만 원을 배정했고 우수도서 선정구매지원에도 152억 원을 책정했다. 또한 △공공도서관 △국립박물관 △작은 도서관 확충 사업 등을 고려하면 정부가 인문학 대중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포지엄의 기조발제를 맡은 인문학협동조합원 허민은 “정부의 인문학 대중화 사업은 인문학이 문화주의 통치술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통치의 대상이자 실현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말해준다”며 “이것은 대단히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심포지엄에 참가한 토론자들은 정부의 인문학 대중화 사업정책을 따르는 공공기관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오히려 인문학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문학은 자기언급적(self reference)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각 시대에 따라 가치와 규범을 제시하려고 한다. 이것은 지배에 대한 비판 의식과 이상적인 대안의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치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공기관에서는 강사와 강의 내용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인문학 본래의 성격과는 달리 가치 중립적인 강의를 기획하려고 노력한다. 인문학협동조합의 강부원 강좌개발위원장은 “공공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의를 진행할 때 무정치적인 것을 주문받기도 한다”며 “외국의 사례처럼 기관에서 기획하는 강의에 전적으로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출판사가 주도적으로 대중의 인문학화 이룰 수 있어
출판계에서도 인문학 대중화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일어나고 있다. 출판사는 본래 대중을 위한 지식의 대량 복제와 상품화로 시작됐다. 이런 과정은 자본을 기반으로 이윤을 획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출판사는 쉽고 잘 팔리는 인문학책에 대한 유혹이 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량생산과 대량이익을 도모함으로써 사업 지속성을 확보하는 기업형 출판사에서는 인문학 상업주의의 위험이 더 크다. ?사월의 책? 안희곤 대표는 “출판사에서 상품화된 인문학책을 출간하는 대신 소규모 독서회를 주도적으로 조직해 인문학 대중화를 이룰 수 있다”며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중을 인문학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출판사 내부에서도 인문학 훼손을 경계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완전한 지속성을 위해서는 대중이 먼저 수동적 독자에서 탈피해야 한다” 며 “진정한 인문학 대중화는 인문학을 대중화함으로써가 아니라 대중을 인문학화 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인문학 강의 일회성 아닌 연결성 산출해야
능동적 대중에 대한 요구는 일반 인문학 강의를 제공하는 공간에서도 일어난다. 대부분의 인문학 강의는 강사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진다. 질문과 답이 강사들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아 결국 대중들은 강의 이후 삶의 커다란 변화 없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명원 경희대 교수는 “대중적 인문학의 장소에서는 ‘연결성’에 대한 믿음을 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동안 대중 인문학이 실패했던 근본적 원인은 강의의 시작과 끝의 주기로 종결되는 관계의 일회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일회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대중들이 지적 자원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공동체’와 ‘학습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문학협동조합, 인문학 위기 극복 위해 고군분투
심포지엄에서는 일반 대중들과 토론자의 엄격한 구분 없이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것은 사람들이 인문학 대중화가 낳은 부작용과 그 해결책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심포지엄을 주최한 인문학협동조합은 인문학 위기를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중이다. 인문학협동조합은 지난해 8월 인문학자들이 창립한 첫 협동조합으로, 가치 있고 지속적인 인문학 강좌를 개발해 그 수익으로 인문학 연구를 진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인문학협동조합을 선두로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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