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영준 기자 (han0young@skkuw.com)

“먹거리 고을을 가보지 않고 율전에서 술을 먹어봤다 하지 마라!” 자과캠 학우에게 먹거리 고을에 관해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자과캠 학우라면 술이 생각날 때 꼭 한 번은 찾는다는 그곳. 지난 3일 방문한 먹거리 고을은 여느 때처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우리 학교 학우들의 주머니 사정을 신경 써주는 이모, 홍진선(58) 씨를 만났다.

▲ 먹거리 고을의 홍진선 씨. / 정현웅 수습기자 webmaster@skkuw.com

먹거리 고을을 찾은 시간은 오후 8시경. 다소 이른 시간 임에도 가게 안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빈자리가 생기길 기다리기를 한참, 가게가 조금 한산해진 틈을 타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가게의 인기 비결을 묻자 그녀는 자신만의 ‘장사 철학’을 이유로 들었다. 그녀는 “다른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나오면 ‘에이 먹은 거 없다, 제값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내 가게에서 식사한 손님은 ‘어머 세상에!’라고 감탄하게 하는 것이 나만의 장사 철학”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학우들은 먹거리 고을의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맛을 높이 평가한다.
이렇게 많은 자과캠 학우들에게 사랑받는 먹거리 고을은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까? 먹거리 고을이 지금의 자과캠 쪽문 근처에 처음 자리 잡은 때는 지난 2003년. 그녀는 IMF의 여파로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자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 해본 장사가 힘들었을 법도 한데 그녀는 11년째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학생들이 좋아서 이곳에서 계속 장사를 한다”는 그녀는 실제로 학생들과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학생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개인적인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사회적인 문제에 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그녀는 “어른들과 달리 학생들은 순수해서 신선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찾아오는 학생들을 친자식처럼 챙긴다. 기숙사의 통금 시간이 다가오는 12시 40분 경이면 그녀는 어김없이 학우들에게 기숙사로 돌아갈 시간이라고 재촉한다. 그리고 취해서 들어온 학생에게는 절대로 술을 주지 않는다. 학생들이 섭섭해하지 않느냐고 묻자 “지금은 섭섭하겠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고마워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녀는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통 큰 인심을 자랑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돈이 어디 있겠느냐”며 “단골이 아니더라도 안주를 2개 시키면 1개 정도는 서비스로 준다”고 했다.
학우들 역시 이런 그녀를 어머니처럼 여긴다. 많은 학우들이 졸업 후에도 그녀를 잊지 않고 음료수를 사 들고 찾아온다고 한다. 청첩장을 들고 찾아오는 학우도 있었다. 그녀는 학우들의 결혼식에 3번이나 다녀왔다고 말하며 1학년 때부터 봐왔던 학생이 결혼한다고 찾아오면 괜스레 뿌듯해진다고 밝혔다. 인터뷰 도중 한 학우가 “이모~”하고 부르며 아이스크림을 건네는 모습에서 그녀와 학우들 사이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 4시부터 준비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가게 문을 열어두는 홍진선 씨. 그녀는 학기 중에는 거의 쉬지 못하고 방학 기간에도 주말에나 조금 쉴 수 있다고 한다. 그녀는 하루하루 바쁜 일상에 “주말에는 손주들을 보며 푹 쉬고 싶다”면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학우들과 이야기 나누고 장사도 계속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학우들을 기다리는 먹거리 고을. 처음 가게를 연 때부터 지금까지 가게 간판을 비롯해, 내부 배치를 바꾸거나 리모델링을 한 적이 없다. 그녀는 “앞으로도 바꿀 생각이 없다”며 “몇 년 뒤 학생들이 찾아와도 ‘하나도 안 변했다’며 반갑게 들어설 수 있는 가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