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의 무른 토양을 다져주세요”
“예술계의 무른 토양을 다져주세요”
  • 배공민 기자
  • 승인 2014.06.09 20:52
  • 호수 15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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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현장에서 바라본 예술인 복지의 한계와 미래

예술인의 더 나은 삶을 만들어주기 위한 복지 노력은 곳곳에서 그 한계와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11일 국회에서는 관련 내용으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예술인 복지 정책을 둘러싼 주요 쟁점으로 △사회적 인식의 문제 △복지법 자체의 구조적 한계 △복지정책의 철학과 전략 부재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독립성 및 전문성 부족 등이 지적됐다.
예술인의 사회적 노동조합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나도원 공동위원장은 “지금 행해지는 복지사업들이 처음에 기대했던 바와 달리 예산규모나 내용 면에서 다수의 예술인에게 혜택을 주지는 못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예술인 복지가 처음의 야심 찬 취지와 달리 아쉽다는 평가를 받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이원재 소장ⓒ이원재 제공

복지의 한계 - 또다시 배제되는 예술인
재단의 각종 복지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예술활동증명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첫 단계부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예술 활동을 증명받기 위해서는 각 예술 장르별로 상이한 실적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화 시나리오 작가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1편 이상의 시나리오를 영화나 관련 잡지 등을 통해 발표한 실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집필기간은 그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많고, 아직 실적이 없는 신진 예술인의 경우 아예 예술인 등록 자체가 힘들다. 실제로도 올해 초부터 이번달 3일까지 예술 활동을 증명받은 예술인의 수는 5천951명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예술인 증명이 필요한 사업의 실제 수혜자는 연간 수백 명에 그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점은 예술인 복지법이 대두했을 때부터 핵심과제로 꼽혔던 사회보장의 문제다. 이에 대해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이원재 소장은 “문화예술인의 노동에 대한 권리가 빠진 채 법이 제정됐다”라고 지적했다. 최종 제정된 법에서 산재 보험 가입 특례조항만 남기고 고용보험에 대한 조항은 누락되는 등 사회보장보험이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바람에, ‘기존 사회보험에서 배제되었던 예술인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한편 복지의 대상이 대부분 원로예술인 위주라는 점도 또 다른 문제로 꼽힌다. 기존 예술인 사이에서 조직적으로 복지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는 집단들 자체가 기성 원로 예술인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예술계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들의 목소리가 주로 실리고 조직적이지 않거나 젊은 예술인들의 목소리는 자연스레 빠지게 됐다. 나 위원장은 “젊은 예술인들이 복지의 중요성을 아직 느끼지 못하는 것”과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단체가 부족하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예술인 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술인 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 예술계 곳곳에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나 위원장과 이 소장은 공통적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독립성 확보’를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로 꼽았다. 현재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 기관으로, 문체부가 재단의 예산과 인사권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문체부가 재단의 사업에 개입하고 통제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기존에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던 사업들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그 예산으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결국엔 재단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예술인복지정책 전반이 불건전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나 위원장도 이런 종속성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예산출처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체부의 예산을 받는 것은 예술인 복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는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문화예술 제도인 앵떼르미떵 제도처럼 문화 산업계 기업들이 수익 일부를 예술인복지를 위해 지원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나 위원장은 또한 젊은 예술인들 스스로 복지에 대한 관심을 제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예술가들은 보험이라든지 복지에 대한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며 소셜 유니온이나 뮤지션 유니온 같은 예술가들의 노동조합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함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때에 기존 원로예술인 중심의 복지에서 예술계 전반을 포괄하는 복지로 나아갈 수 있다.
이 밖에도 예술인 복지법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이 모든 논란이 예술인이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른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행위를 하는 것처럼, 예술인도 마음 놓고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이 보장돼야 한다. 예술인복지법 제정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출범 2년 차, 아직은 주위의 채찍질을 받아들이며 앞으로의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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