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우 기자 (tim8487@skkuw.com)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학문인 한국학이 있다. 그러나 아직 대중에게 한국학은 생소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이번 학술면에서는 국내외 한국학 연구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한국학, 한국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다
한국학은 문자 그대로 한국을 다루는 학문으로 그 범위가 매우 광대하다. 사실, 한국학이 정확히 무엇이고 언제 나타났으며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다뤄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학자들마다 입장이 다르다. 그럼에도 많은 학자들은 한국학이 한국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며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한국학 연구의 필요성은 기존 한국 연구의 문제점에서 기인한다. 국내 한국학 전문가인 서울대 국문과 조동일 명예교수에 따르면, 과거의 한국에 대한 연구는 서구식 근대 대학 체계에 맞춰 △국문학 △국사학 △국악학 △국어학  등으로 세분화된 채 이뤄졌다. 그러나 학문의 세분화로 개별 분야 간의 단절이 심각한 폐단을 자아내며 문제시됐다. 이에 따라 종합적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우리 학교 동아시아학술원 한기형 교수는 “최근 국문학 등 기존 학문 분야에서도 다차원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며 “다양한 범위의 연구를 구체화하고 결합해 종합적으로 한국을 연구하는 것이 한국학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일국적(一國的) 관점의 국학을 넘어 보편적 시각의 한국학으로
오늘날 한국학자들은 학문적 영역에서 뿐 아니라 지역적 차원에서도 더욱 넓은 범위에서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학 연구자들이 한국이라는 지리적 조건 속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지난 2000년 출범한 우리 학교 동아시아학술원은 동아시아적 시각에서 한국을 바라보는데 초점을 둔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한자 문화를 공유했고, 문화와 경제를 교류했다. 이러한 긴밀한 관계 속에서 한국의 정체성과 생활문화 역시 형성됐고, 따라서 국내에 갇힌 채 연구를 하는 것은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나아가 전 지구적 관계 속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령 지난달 28일 창립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연 한양대학교 한류한국학센터는 한류와 한국학을 접목하며 국제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현상인 한류를 학술적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한편 한국학 연구자들은 일국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민족주의적 경향을 넘어 보편적 시각에서 한국을 연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의 이러한 노력은 한국학이라는 용어의 사용에도 영향을 끼쳤다. 한 교수는 “민족주의의 쇠퇴와 함께 ‘국학’이란 용어도 퇴조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과거에 빈번하게 사용됐던 국학이란 단어는 자국 중심주의적이고 폐쇄적 성격을 지닌다는 이유로 사용이 줄어들고, 더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한국학’이라는 표현이 자리 잡게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보편적 학문으로서 한국학의 연구 증진을 위해 국내외 학자들 간 교류의 필요성 역시 증대되고 있다. 국제적 교류가 한국학 연구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서구 중심주의 경계하고 ‘진정한 한국학’으로 거듭나야
물론 보편적 시각의 한국학 연구가 서구 학계의 연구 방법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연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부 한국학 연구자들 중 서구 중심주의적 사유에 빠져 외국의 연구 방법론을 답습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한 교수는 “외국 학문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연구 과정에서 방법적 주체성에 기반을 둔 독자적 연구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부 한국학자들은 조선 후기 실학에 주목한다. 조선 후기 서구 문명과의 접촉 과정에서 발달한 실학은 기존의 성리학이 서양 학문을 거부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서양 학문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실학자들은 서양 학문을 적극적으로 공부했고 학문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추구했다. 그러나 실학자들은 단순히 융합적 관점에서 조선의 백성을 중심에 둔 채 조선 현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서구 문명을 공부하고 학문을 종합적으로 연구했던 것이다.
김시업 실학 박물관 관장은 “실학은 열린 자아를 추구했던 학문”이라고 말했다. 열리지 못한 학문은 발전 가능성이 제한되며 경직적이다. 그러나 자아를 확립하지 못한 채 열리기만 한 학문은 외부에 쉽게 종속된다. 김 관장은 “서양 문명을 연구하면서도 자아의 대한 분명한 인식에 기반을 둔 채 현실적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둔 실학의 정신이 오늘의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보편적 학문으로 나아가되, 독자적 개별성까지 동시에 확보하는 것. 국내 한국학 연구자들이 당면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