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라는 등잔 밑의 사회복지사
‘복지’라는 등잔 밑의 사회복지사
  • 김도희 기자
  • 승인 2014.06.09 20:57
  • 호수 156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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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국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가 8년째 20만 명을 웃돌고 있다. 매번 끼니를 걱정해야 하고 아파도 병원에 갈 엄두조차 못 내는 이들. 그들의 손을 가장 가까이서 잡아주는 건 다름 아닌 사회복지사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돕는 입장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오히려 약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사회복지사들의 보수와 복지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배고픈 사람을 먹여야지 왜 사회복지사들의 급여를 늘려야 하나”고 되묻는다. 사실상 사회복지계 외의 그 누구도 사회복지사들의 복지 증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엄연한 직업인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마음에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에 갇혀 막상 자신들의 복지는 누리지 못한 사회복지사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 이수나 씨가 지역 주민과 나눔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이수나 제공

그녀가 중학생이 됐을 무렵, 동네에 처음으로 복지관이 생겼다. 그곳에서 사회복지사라는 사람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는 모습을 봤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도 잘 몰랐다. 그저 막연히, 그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좋았다. 그땐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정도의 생각에 그쳤다. 시간이 흘러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전공으로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했다. 경험해 보니 잘 맞았다. 그렇게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게 됐다.

이수나 씨는 여느 직장인과 같은 시간에 출근을 준비한다. 뛰지 않고 여유 있게 지하철을 탔을 때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붐비는 출근길을 지나, 송파구 삼전동에 위치한 삼전종합사회복지관(이하 삼전복지관)에 들어선다. 이곳으로 출근한 것도 어느덧 8년째다. 삼전복지관에 오기 전, 학교에서 근무했던 것까지 치면 이제 이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 어느덧 오전 9시를 가리키는 시계와 함께 사회복지사 수나 씨의 하루가 시작된다.

숨 가쁜 근무 현장 속 방치된 그들의 안전
수나 씨는 삼전복지관 사례관리팀 소속이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와 병을 가진 어머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가구들을 지역 사회의 자원과 전문가들에 연계하는 것이 수나 씨가 담당한 업무다. 교육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 교육비를 지원해주는 단체에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의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기금을 마련해 이를 현실화한다.
“오늘은 하루 종일 스탠바이였어요.”
수나 씨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담당한 아이가 아파서다. 아이의 어머니는 베트남 출신이다. 그래서 어머니와의 의사소통이 수월하지 않다. 아버지는 당뇨병 환자다. 합병증 때문에 최근에는 시력도 잃어 일을 못 하게 됐다. 지금은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상태다. 아이는 몸이 아파 요 며칠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는 걸 뒤늦게야 알게 됐다. 뇌 검사를 해야 하는데 MRI 검사는 보험 처리도 안 된다. 수급자 가구라 돈도 없다. 수나 씨는 분주히 움직였다. 병원의 사회사업실에 연락해 펀드 지원을 요청하고, 보건소와 구청 담당자들과 아이를 도울 방법을 논의했다. 노력 끝에, 아이를 결국 병원에 데리고 갈 수 있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을 다루다 보니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들은 정신적·심리적인 보호가 필요해요.” 복지서비스 이용자들에 의해 안전을 위협당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법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기초생활보장의 대상자가 되지 못한다. 실질적으로 기초수급자 수준의 어려움에 처해 있음에도 기초수급대상에서 탈락한 이용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다가 분을 못 이겨 과격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수나 씨의 지인은 동 주민센터에서 수급비를 처리하는 업무를 하는 직원이었다. 상담을 하던 중, 본인이 기초수급대상에서 탈락한 사실에 화가 난 한 이용자가 칼을 휘둘렀다. 다행히 누군가가 다치는 일 없이 사건은 마무리됐다. 서울특별시사회복지사협회 박진제 과장은 “사회복지사들은 업무 현장에서의 안전사고에 항상 노출돼 있지만 현행법률 상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미비한 상태다”고 전했다.
사회복지사는 물리적인 피해뿐만이 아니라 업무 현장 곳곳에서 정신적인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대부분의 복지관은 저소득 계층이 모여 사는 임대 단지에 자리 잡고 있다. 수나 씨의 한 동료는 그런 임대 단지에서 일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상담을 진행하고 근무하던 어느 날, 자신이 담당한 이용자가 자살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자신과 상담을 했던 사람이었다. 이런 사건은 사회복지사들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는다. 하지만 상처를 입은 사회복지사들을 보듬어줄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과도한 행정 절차, 야근에 지친 사회복지사
저녁 6시. 정식 근무를 마치는 시간이다. 하지만 수나 씨는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밀린 행정 업무를 해야 해서다. 종일 사람을 만나며 상담을 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각종 담당 사업을 하다 보면 행정 처리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 야근을 하는 건 수나 씨에게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다. “저희는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사람을 만나고 오면 관련 서류가 몇 개씩 생겨요.” 어려운 가족들을 만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의 모든 업무에는 이렇게 사전·사후 작업이 따른다.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평가도 업무량을 가중시키는 데 한몫한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은 정부가 민간 법인에 위탁을 맡기는 구조로 운영된다. 국가가 제도적으로 복지시설을 마련한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6·25 이후에 민간 차원에서 시설이 설립됐다. 이후 경제 수준이 발전하면서 정부가 기존에 시설을 운영하던 민간 법인에 운영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삼전복지관의 경우 송파구청에서 사회복지법인 승가원에 사회복지를 위탁해 운영되고 있다.
복지관은 각 지역 구청으로부터 지속적인 평가와 점검, 관리를 받는다. 가장 중요한 평가는 위탁 심사다. 이는 기관별로 3~5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심사를 통과해야 계속해서 보조금을 받으며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보건복지부에서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실시하는 사회복지시설 전국 평가가 있다. 이는 3년마다 이뤄진다.
“저희 복지관의 경우에는 2012년에 사회복지시설 전국 평가를 받았는데, 이듬해에 바로 위탁 심사가 있었어요.” 연달아 평가를 준비하니 당연하게도 업무가 많다. 심사 준비를 하다 보면 때에 따라 두 달가량 계속해서 야근하는 일도 생긴다. “전문성 향상에 필요한 부분이지만 과도한 감이 있죠. 평가 한 번 끝나고 나면 지쳐서 이직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 사회복지사 이수나 씨./정현웅 수습기자 webmaster@skkuw.com

보람만으로 일하기엔 너무 박한 연봉
수나 씨가 사회복지사가 되고 처음 받았던 월급은 160만 원이다. 세금을 빼고 교통비 등이 빠져나가고 나면 생활하기 빠듯했다. “보수가 적기는 했어요.” 종합복지관을 기준으로 했을 때, 사회복지사의 연봉은 1호봉이 2400만 원이다. 4년제 대학을 나와 얻을 수 있는 다른 직업에 비해 연봉이 높은 편은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사회복지사 두 명이 결혼하면 수급자가 된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넉넉하지도 않죠.” 수나 씨는 동기들, 특히 남자 동기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하는 모습을 봐왔다. 이들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데 급여가 너무 적은 건 아닐까’하는 걱정에 부담을 많이 느끼기도 한다.
한편 시간이 지나고 사회복지사 급여 문제가 부상하면서 수나 씨의 연봉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그동안 사회복지사들은 사회복지사의 급여를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수준으로 인상할 것과 근로기준법에 따라 시간외수당을 지급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 결과 단계적으로 급여가 인상되는 추세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6.4 지방선거 공약으로 사회복지사의 급여를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급여의 95%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아직은 사회복지사의 급여가 업무 수준에 비해 적절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조금씩 개선이 된다는 점은 좋아요.”
하지만 급여가 인상된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그 대상이 기본급인지 기타수당을 포함한 전체인지에 따라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동률이면 기본급이 인상되는 게 좋다. 수당도 같이 인상돼서다.
“솔직히 좀 더 나아지면 좋겠어요. 사회복지를 하고 싶은데 경제적인 이유로 선택을 꺼리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고요.”
현재 사회복지사들은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행정 업무로 인해 초과근무를 하는 일이 잦음에도 그렇다. “일한 만큼의 수당을 받아야 하는 건데, 제한을 두고 일부만 지급하는 건 부당한 거죠.” 공무원의 경우 한 달에 67시간까지 시간외수당을 인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시간외근무를 해도 거의 인정이 안 되거나 인정되는 시간이 10시간가량에 그친다. 서울특별시사회복지사협회 김승연 정책위원은 “시간외수당까지 고려하면 사회복지사의 급여가 실질적으로 공무원보다 훨씬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복지는 누가 지켜주나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수나 씨는 근무 시간이 끝나고 우리 학교 인사캠으로 온다.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서다. 수나 씨는 우리 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보다 심층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어떻게 전문성을 강화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제가 생각하는 복지실천가로서의 방향성을 찾고 싶어요.” 현장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다. 하지만 지원은 거의 없다. 그래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회복지사들은 본인이 모은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학습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업무인데,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워요.” 지원이 있다면 근무 시간을 배려해주는 정도다. 더욱이 연차가 낮은 사회복지사의 경우 업무에 바빠서 학습을 원할 상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사회복지사는 계속해서 사람을 만나는 사람인데 본인이 행복하지 않으면 이용자들에게도 분명히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복지사가 행복하지 않은데 만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희망을 심어주고, 행복을 얘기할 수 있겠어요. 사람을 좋아해서 하는 일인 만큼, 더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본인의 선택에 따라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거나, 공무원 시험을 통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사회복지를 실천하고 있음에도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일반 공무원과 동일한 급여를, 사회복지사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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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선배 2014-06-10 00:16:47
도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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