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준한(글리13)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신방례(新榜禮). 들어본 적이 있는가? 신방례란 성균관의 선진들이 신입생들에게 명(命)을 수행하도록 하여 수행하지 못한 사람에게 벌칙을 주었던 행사를 의미한다.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에서 배우 박민영이 빈대떡을 가져다 바치고, 기생의 속옷을 가져오는 명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신방례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부터 오륜에서 제시하는 장유유서 정신에 따라 선후배 간의 관계를 매우 중요시했다. 선배는 하늘과도 같은 존재며 선배의 말이 곧 법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는 결국 폐단을 가져오게 된다. <명종실록>, <중종실록>, <성종실록>, <선조실록> 등에 따르면 성균관 선진들이 신입생들에게 과다한 술자리 비용을 요구함에 따라 가산을 탕진하게 되는 신입생이 속출했고, 한겨울에는 물에 쳐 넣고 한여름에는 뙤약볕을 쏘이도록 하는 등 가혹행위를 가함으로써 몇몇 신입생은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고 한다. 오륜의 정신에서 벗어난 잘못된 장유유서가 확산된 것이다.
이러한 문화는 사라지지 않은 채 현대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선배가 주는 데 안 마셔?”, “OO이는 선배한테 연락 한 번 안 하네?” 새내기 시절 누구나-물론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말이다. 우리나라는 잘못된 장유유서 문화로 인해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군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선배가 주는 술이면 무조건 마셔야 하고, 선배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야 하며, 연락은 후배가 선배한테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뉴스에서도 보도되었던 일부 예체능 학과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더욱 농후하게 배어 있다. 심지어 몇 주 전에는, 새벽에 선배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것 때문에 혼나는 후배의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었다.
이러한 문화, 앞으로 계속 지속되어야 할까? 당연히 아니다. 이제는 이런 인식을 희석시켜야 할 때다. 위에서 언급한 페이스북 사례에서도, 우리는 입을 모아 그 선배를 욕했다. 하지만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자. 강도만 다를 뿐 우리도 후배들을 힘들게 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신입생들은 이런 문화 때문에 힘들어했음에도, 선배가 되면 신입생들에게 당한 대로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제는 인식을 좀 바꿔 보자. 우리가 신입생 때 선배에게 연락하는 게 어려웠듯이 우리 후배들도 선배들에게 연락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때, 선배가 먼저 연락해준다면 후배들이 더 쉽게 마음을 열고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배가 우리한테 무엇을 강요하는 게 싫었다면, 우리는 후배들에게 무엇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싫은 것을 당한 대로 돌려주자는 인식에서 싫은 것을 차차 근절해나가자는 인식이 장착될 때 우리나라 선후배 관계 문화가 좀 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