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훈(전자전기05)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의 오랜 편견과 판타지, 그리고 긴 대학생활에 근거해서 말해보자면 ‘지지하는 정당 있으세요?’라는 질문에 선뜻 특정 정당을 말할 학우는 그렇지 않을 학우보다 좀 더 적을 것 같다. ‘가입한 정당 있으세요?’라고 묻는다면, 수상하게 쳐다보거나 웃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성대신문을 집어 들고서 기사를 샅샅이 읽다가 마침내는 이 글까지도 다 읽을 정도의 수고를 들이는 사람이라도, 저 질문에 대한 반응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어쩌면 당신이 정치에 철저히 무관심한 ‘순수’ 학생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자유로이 의견을 피력해 본 경험이 부족해서일 수도, 반대로 용감히 의견을 내세우다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아직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일 수도, 특별한 몇몇 사람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정당주의에 대한 불신, 민주주의에 대한 반대,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심지어, 그냥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정치에서 멀어질 이유는 그렇게 수도 없이 많지만, 그럼에도 정치 참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밖엔 모르겠다.
이야기를 조금 돌려, 요즘 기숙사에서는 주소지 이전을 강요한다고 한다. 과거 기숙사 신축 등에서 지역사회 여론으로 인해 순탄치 못했던 경험이 있고, 이를 주소지 이전을 통한 지역사회 발언력 강화로 풀어내는 전략은 분명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율전캠 잔디구장 조성은 예산 마련 문제로 몇 년을 애먹다가 수원시의 지원으로 빠르게 해결되었다. 정치의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학교에 미치고 있고, 학교 또한 정치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여러 수단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주소지를 옮겨서라도 말이다. 최대한 공정을 기하자면, ‘지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치는 이렇게 끊임없이 당신을 호출한다. 그리고 그 호출에 응하든 말든, 그 결과는 끊임없이 당신을 옭아맨다. 기왕에 그럴 거라면 당신이 원하는 방향의 결과가 좋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앞서 말한 정치 참여를 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하기 때문에’로 귀결된다. 이런 정언명령스러움이 불만이라면, ‘당신은 (어쩌면 운이 좋게도) 민주공화정을 정치체제로 선택한 나라에서 태어났고 그 체제는 정치에 대한 참여와 관심을 암묵적으로 그러나, 의무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풀어쓸 수는 있겠다. 그래도 불만스러운가. 사실 나는 그렇다. 무언가 짧고 간결하지만 강렬하게, ‘아, 나도 정치참여를 해야겠구나!’ 대오각성할 만한 이유를 던지고 싶다. 하지만 어쩌랴. 나의 언어와 선전선동 능력은 보잘것없고, 현실은 정치 참여를 하지 않는 당신의 선택마저 정치적 의사표현이 되고야 마는, 실로 복잡다단한 상황인 것을. 그러니 나는 말할 수밖에 없다, ‘당신은 그래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하기 때문에’라고.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정확히는, 내가 선거운동을 한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그렇다. 나는 ‘비순수’ 학생인 것이다. 그리고 이 호칭이 공부 안 하는 학생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는 점에 놀라는 중이다. 물론 그런 의미라도 나는 비순수이긴 하다. (심지어 무상선거운동이었다! 이중삼중 불순하다!) 그리고 지금, 불순해질 것을 당신에게 권하는 중이다. ‘그래야 하니까!’ 라는 당혹스러운 근거와 제한된 지면을 가지고 말이다. 납득이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러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혹여 그대가 비순수의 길을 택해준다면, 어떤 정치적 입장이 되었든 간에 나는 그대와 만나길 기꺼운 마음으로 기다리게 될 것이다. 포스가, 아니 불순함이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