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에 선 탁구부, 찬란했던 12년 회고록
종착역에 선 탁구부, 찬란했던 12년 회고록
  • 이건호 기자
  • 승인 2014.09.23 13:30
  • 호수 15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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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솔 기자 eunsol_kim@skkuw.com

우리 학교 탁구부가 지난 학기를 끝으로 해체됐다. 학교방침과 윤상문(사진) 감독의 정년이 맞물려 특기생을 선발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2002년 창단 이래 12년간 탁구부를 이끈 윤상문 감독을 만나 △탁구부의 역사 △대학탁구의 방향성 △해체 소감 등에 대해 들어봤다.
윤상문 감독은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남·북 여자 대표팀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역임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는 대학탁구의 발전을 통해 한국탁구에 이바지하고자 2002년에 우리 학교 탁구부 초대 감독이 됐다. 그의 지휘 아래 탁구부는 창단 이후 처음 출전한 제18회 대통령기 전국 탁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대학연맹전, 제83회 전국체전에서 전 종목 금메달을 휩쓸었다. 탁구부는 창단 해부터 명실상부 대학최강이 된 것이다. 이후 △2003년 6관왕 △2004년 4관왕 △방콕 유니버시아드대회 동메달 △제26회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동메달을 거두며 국내대회뿐만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윤 감독은 “우리 학교가 국제대회에서 다른 나라 국가대표를 꺾고 메달을 따면서 침체기를 겪던 대학탁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학기엔 양예슬(스포츠 11)과 최효선(스포츠 11) 학우가 마지막 대회인 제20회 회장기 대학선수권대회에서 개인 복식 우승을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앞으로 최효선 학우는 실업팀인 ‘대한항공’으로 스카우트될 예정이고, 양예슬 학우는 미래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가 12년 동안 홀로 우리 학교 탁구부를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은 특유의 ‘인자한 지도력’ 덕분이다. 윤 감독은 김가희 선수가 훈련 중 집중력 부족으로 실수를 반복하자 무릎을 꿇으라는 기합을 줬다. 하지만 김 선수는 자존심 때문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 그러자 윤 감독은 기합은 실수를 꾸짖기 위함이 아니라 선수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먼저 시범을 보였다. 그 일을 통해 자극을 받은 그녀는 각고의 노력 끝에 다음 단식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나아가 그의 지도를 받은 학생들은 전문 탁구선수를 비롯해 뉴질랜드 국가대표 코치, 미국 실업팀 지도자 등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또한 그의 지도방침이었던 ‘성균인으로서 우리 학교 탁구부를 자랑스럽게 여기자’는 졸업 후에도 선수 간의 단합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과거 세계탁구를 제패했지만 대학탁구를 이끌면서 대학스포츠의 본질적인 한계를 느꼈다. 유망주 스카우트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실업팀에 비해 대학스포츠는 재정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선수들이 능력 향상뿐 아니라 학점 유지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은 감독으로서 최대치를 발휘하기 어렵게 했다. 김 감독은 “최근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학업 성적과 운동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 체계가 마련되고 있다”며 “대학스포츠 역시 이런 흐름에 발맞춰 제3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으로서 임무를 다 할 예정이다. 지난해 국가대표가 세계 순위 10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낸 만큼 그는 지도자 교육을 통해 침체된 한국탁구를 다시 일으키려 한다. 윤 감독은 “지난 12년간 감독생활에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감독으로서 정년을 마치니 할 일을 모두 했다는 기분이 든다”며 “그동안 나를 믿고 탁구부를 지원해준 학교에 고맙다”는 마지막 소감을 밝혔다.
끝으로 윤 감독은 스포츠단 개혁안으로 대학스포츠 규모가 점점 작아지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해외에선 대학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며 “우리 학교가 이에 대해 인식하고 많은 투자와 발전을 도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 탁구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간 윤 감독과 선수들이 남긴 발자취는 영원히 기록 속에 빛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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