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지석 기자 (jskchoi920@gmail.com)

대학이 학문의 전당으로서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들이 대학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경제적, 문화적 복지가 뒷받침 돼야 한다. 물론, 학내 복지를 위해선 캠퍼스 내에 적정수준의 편의시설이 있어야 하지만, 입점한 업체들이 수익에만 관심을 두면서 학생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많다. 이번 기획에서는 다른 대학들의 과도한 수익사업과 우리 학교에 입점한 업체들의 계약위반 사례를 정리하며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우리의 캠퍼스 내 소비생활을 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2004년 고려대학교에 지어진 타이거 플라자에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비롯한 상업시설이 들어섰다. 고려대에서는 타이거플라자의 예산운용과 상업시설 입주에 반대하는 ‘타이거플라자를 바꾸는 사람들’이라는 학생단체가 결성돼 대자보 부착이나 토론회 개최 등의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입점은 이뤄졌다. 그 이후에도 기업들의 대학 진출이 이어지며 부산대학교 정문에는 ‘효원굿플라자’라는 지상 7층 규모의 거대 쇼핑몰(현 NC 백화점 부산대점)이 입주하기도 했다. 대규모 상업시설이 아니더라도, 대학교 내에서 대형 커피전문점 체인이나 고급 레스토랑을 보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캠퍼스 내부의 시설을 민간 기업이 설치하거나 관리하는 일도 흔해졌다. 2005년 대학설립운영규정이 개정되며 캠퍼스 내부의 기숙사나 식당 등의 시설을 민간 기업에 위탁하는 것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학내구성원의 편의를 위한 외부상업시설이 캠퍼스 내에 들어서는 것만을 허용했으나 법 개정 이후 학내 구성원을 위한 편의제공에 한해 대학교 측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즉, 2005년 이후에는 대학교에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활동, 예컨대 고급 레스토랑의 유치가 허용된 것이다. 여기에 2009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 개정되어 대학 내 판매금지품목이 이전의 10% 정도로 줄고 대형할인마트나 서점 등의 입점도 가능해졌다. 서강대학교 등의 대학 캠퍼스 내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를 볼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 서강대학교 '곤자가 플라자'에는 '반디앤루니스', '커피빈' 등의 상업시설이 입점해있다.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이렇게 캠퍼스 내부에 기업이 진출하는 것이 횡행하는 이유는 대학과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학교 측에서는 기업과 계약을 맺으며 금전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숭실대학교는 홈플러스의 입점을 허용하머 약 1000억 원 규모의 건축지원을 약속받았다. 또한, 기업에서 투자하고 완공 후에는 관리까지 맡기도 하는 민자기숙사의 경우, 기숙사 건설에 필요한 학교 측의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건국대학교의 경우 민자기숙사를 건설하며 건설자금 450억 원 중 410억 원을 민간자본에서 조달했다.
기업 측에서는 대학교의 커다란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에 점포를 내면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경우, 재학생 수만 16000여 명이며, 신촌에 위치해 본교생 외 유동인구도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 기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짐에 따라 대학에 기업이 진출하는 일이 매우 일상적인 일이 된 것이다. 
그러나 대학 캠퍼스가 상업화되는 흐름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대학이라는 공간의 본질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은희 연구원은 “본래 학문을 위한 공간인 대학교에 상업 시설이 들어서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공간으로 변질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 내에 학생들의 복지후생과는 관련 없는 상업시설이 들어설 경우 대학교가 학문이 아닌 이윤 창출이 목적이 되는 공간으로 바뀐다는 염려다.
실제로 지난 5월말 고려대학교에서는 법학관에 위치한 학생식당이 문을 닫았다. 고려대 총학생회 신홍규 정책국장은 “외식업체들이 학교 내에 들어오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학생식당을 없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고려대 총학생회에서 제시한 반대의견에 고려대학교 측은 캠퍼스 내 외식업체의 쿠폰을 배부하며 사태를 마무리하려했다. 결국, 고려대 학생들은 이전에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해결하던 공간을 잃게 됐다.
홍익대학교에서는 학생 복지와 관련 없는 사기업의 사옥 입주로 논란이 일었었다. 홍익대 정문에 있는 16층 규모의 건물인 홍문관은 당시 학생자치공간이나 강의실로 사용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함에도 절반 정도가 상업시설로 임대됐다. 이들은 여행사나 핸드폰 대리점 등 학생복지와 큰 관련이 없거나 편의점 등 특정 업종에 치우쳐 있어 총학생회에서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 상당수가 철수했다. 특히 13, 14, 15층은 2012년까지는 다음커뮤니케이션. 그 이후 올해까지는 오라클이라는 기업이 사용하다 총학생회의 요구로 퇴거했다. 홍익대 최창훈 총학생회장은 “대학에 상업시설이 일부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학생들의 필요에 어긋난 상업화는 자제해야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 홍익대학교 정문에 위치한 16층 규모의 홍문관. 얼마 전까지 오라클 사옥이 입주해있었다.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이화여대의 ‘돈만 쌓는 학교에 대한 이화여자대학생들의 도전’(이하 ‘도전’)은 이러한 대학사회의 흐름에 반기를 든 학생단체다. 이들은 이화여대가 학생자치공간 확보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입점업체를 학생들의 동의 없이 바꾼 것에 반발하며 도전을 만들었다. 이화여대는 ECC 관에 고급 레스토랑 등의 상업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화여대는 중앙동아리 6개가 방이 없고, 심지어 일부 학과는 학생회실을 타 학과와 같이 사용해야할 정도로 자치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이화여대 학생들은 올해 초 이화여대 학생총회에서 학생자치공간 확충 요구에 대한 안건을 통과시켰고, 6월에는 총장과의 공개면담에서 공간의 비효율적 사용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그 후 식당 ‘아름뜰’ 등 상업시설이 나간 자리에는 또 다른 상업시설이 들어섰다. 이화여대는 당시 “계약 기간 종료시 학생을 포함한 학내 구성원의 의견에 따라 재계약 및 입점을 진행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는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도전’이 방학 중에 실시한 대학상업화 반대 서명운동에 약 860여명의 학생이 동참해 반대의 뜻을 전달했다. 도전은 이후에도 학생과의 논의기구 설치 및 학내 상업시설 입찰 정보 공개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 ECC내부에 위치한 꽃집(왼쪽). 전반적인 가격대가 높아 학생들이 이용하기에 다소 부담이 있다. ECC관에 있는 레스토랑의 모습(오른쪽).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지만 가격이 비싸 학생들이 이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한영준 기자 han0young@skkuw.com
 대학 캠퍼스 내에 일정 수준의 상업시설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 내 상업시설이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캠퍼스가 불필요한 상업시설로 채워지는 지금, 학생 복지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