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희준 기자 (choking777@skkuw.com)

자과캠 복지회관의 준공식이 있었던 1996년 10월 16일. 당시 총학생회 학생복지위원회는 학교 측에 복지회관 건축비로 3억 5천만 원을 내놓았다. 2년 반 동안 커피 자판기 등의 수익사업을 통해 모은 돈이다. 지금도 자과캠 학우들이 족구를 하고, 때로는 공연도 여는 복지회관 앞 족구장도 이 때 조성된 것으로 당시 학생복지위원회가 수익금을 학내 복지에 재투자한 결과다.

▲ 혜화역에 위치한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사무국. /강신강 기자 skproject@skkuw.com

상업화를 넘어 복지로
캠퍼스 상업화를 막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대학생활협동조합(이하 대학생협)은 학내 구성원들이 대학 안에서 합리적 소비생활과 복지 혜택을 누리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지난여름에 생긴 동아대생협까지, 총 33개의 대학에 대학생협이 있다.
학내 복지환경을 향상하고자 설립된 협동조합인 대학생협은 대개 △학생 △교수 △직원을 비롯해 시간강사, 하청업체 노동자, 생협 직원 등 학교에 적을 둔 사람이라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대학 내에 입점한 외부기업의 경우 수익이 외부로 빠져나가지만, 대학생협의 경우 출자좌수에 상관없이 모든 조합원이 의사결정에 대해 1인 1표로 균등한 권리를 갖고 있기에 발생한 수익을 학내 복지시설에 재투자하는 구조로 돼있다.
대학생협의 의결기구는 다른 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크게 총회와 이사회로 이뤄진다. 조합원들과 경우에 따라선 생협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총회는 400명을 넘었을 때 선출된 대의원들이 참여하는 대의원총회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사회 임원들도 대부분의 대학생협에서는 △학생 △교수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학내 구성원들의 소비생활에 대학생협이 주는 영향은 방대하다. 대학생협은 대학 내에 입주한 외부업체보다 저렴하게 복지를 제공한다. 이화여대 이미연 씨는 “외부업체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적립금도 쌓아줘서  대학생협 이용을 선호한다”며 만족을 표했다. 또한, 대학생협의 저렴한 가격이 대학 내외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대학생협의 낮은 가격 때문에 외부업체들이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학생협은 말 그대로 대학 내 소비생활뿐만 아니라 ‘생활’의 질을 높이는 사업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한국 최초로 학생, 교수, 직원이 모두 참여한 대학생협을 만든 조선대생협에서는 △문화유적답사 △체육용품 무료대여 △비 오는 날 우산무료대여 △동아리와 개인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전시문화공간 마련 등 생활·문화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연대로 나아가는 대학생협
지난 2011년 말, 각 대학생협에서는 힘든 △공동구매 △국제교류 △교육연수 △대정부 활동 등의 사업을 위해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이하 대학생협연합회)가 창립됐다. 1989년 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건설준비위원회 발족 이후 22년 만의 일이었다.
혜화역에 위치한 대학생협연합회 사무국에서 맡는 중점적인 업무 중 하나는 설립지원이다. 최근에 설립된 △동아대 생협 △서울과기대 생협을 비롯해 2000년대 이후에 생긴 대학생협 대부분은 이와 같은 대학생협연합회와 그 전신인 생협전국연합회 대학생협위원회의 설립지원업무를 통해 설립됐다. 대학생협연합회 조직기획팀 차동섭 씨는 “독자적으로 대학생협을 설립하는 것은 막막하지만, 연합회 차원의 설립지원 컨설팅을 받으면 설립이 더 쉽다”고 설명했다.
대학생협을 설립하려면 먼저 필요성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야한다. 차 씨는 “대학교에는 학생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수, 직원들도 함께 공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89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첫 대학 내 생활협동조합인 서강대학교학생소비자협동조합은 학생들로만 이뤄져 있어 이후 와해한 반면 조선대생협은 1990년 교수, 직원들도 함께 참여해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대학생협연합회 사무국은 대학생협의 설립에 동의하는 학생, 교수,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학생협 △설립절차 △준비사항 △타 대학생협 설립사례 등을 안내해준다. 상담을 받고 나서는 설립준비위원회를 만들어 △대학생협 사업협의 △시설투자협의 △대학생협에 대한 교육 및 홍보 △타 대학생협 조사를 한다. 준비가 끝난 후에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동의자 300인 이상, 출자금 3천만 원 이상을 모아 발기인회를 구성하고 △창립총회 △법인설립인가 △법인설립신고(사업자등록)을 거치면 드디어 대학생협이 설립된다.
창립총회 후에 발기인회는 법인설립인가를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신청해야 하는데 우리 학교의 경우 인사캠은 서울특별시에, 자과캠은 경기도로 나뉘어있다. 이 경우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인가를 받으면 된다. 전남대는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여수시, 경북대는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상주시에 캠퍼스가 떨어져 있으나 두 대학 다 하나의 법인으로 신청했다.
외부업체의 안중에 없는 학내 복지, 이제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