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문평 기자 (arch_eliot@skkuw.com)

학교에 처음 입학했던 그날의 기억을 가끔 떠올리곤 한다. 600주년기념관의 웅장한 모습이나 성균관의 예스러움을 즐기며 학교 구석구석의 모든 것들이 마치 내 것인 양 의기양양해 하곤 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은 새내기 시절을 겪은 모든 이라면 한번쯤 가져봤을 법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방학 간 진행된 정문정비공사는 이러한 생각들이 단순히 학우 개인의 상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종로구의 정문 앞 정비 사업 이후 이뤄진 행정 처리 과정에서 학우들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은 학교 측에 의해 너무도 쉽게 묻혀 버렸다. 실제로 이러한 사업이 예정돼 있는지, 그리고 예정돼 있다면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해 총학생회에서부터 일반 학우에 이르기까지 수개월동안 어느 누구도 속 시원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비난의 화살을 학교 측에만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인사캠 총학생회는 학기 초에 이미 정문 주변 공간의 변화 움직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총학생회가 학교를 비운 사이 벌어진 정문 철거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발빠른 사태 조사나 입장 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총학생회의 행보에 많은 학우들이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물론 정문 공사 이후의 현 모습에 대해 학우들이 무조건적인 찬성이나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균관과 탕평비 등 문화재가 잘 드러나 우리 학교 본연의 고풍스러움이 잘 나타난다는 의견도 무척 많다. 그러나 결과 자체의 좋고 나쁨 보다는 그간의 과정에서 외면된 학우들의 입장을 돌아봐야 한다.
이제는 학교의 진정한 주인이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 조용히 물음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