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소 - 전은현(바이오 12)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8월, 연석중앙운영위원회(이하 연석중운)는 총여학생회(이하 총여)의 존폐 여부를 논했다. 인사캠 총여는 2009년 이후로 4년째 후보가 없어 구성되지 못하고 있고, 자과캠 총여도 13년을 마지막으로 현재 비대위 상태다. 연석중운은 지난 수년간 총여가 공석인 점을 들어 총여를 없앨 수도 있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총여의 존폐를 가리기엔 때가 이르다. 과거 총여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필요해 보이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지금은 여성 인권이 많이 신장되었기 때문에 총여학생회가 필요 없다‘는 사실이 아니다. 여전히 학내 문화는 남성 중심적이다. 동아리, 학생회, 학과 내에서 남성은 리드하는 역할이고 여성은 호응하는 쪽이다. 특히 스포츠 동아리의 경우 남성은 선수이고 여성은 매니저인 성별 이분법적인 구도를 가진다. 여성 신입생의 경우 대상화되며 과잉보호 된다. 성폭력 문제가 일어났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건 물론 여성들은 외모로 평가받고, 성에 대해 무지하고 순결할 것을 강요받는다. 여성 비율이 적은 자과캠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하다.
이러한 문화에서 여성들은 객체화 되며, 쉽게 주체성을 잃게 된다. 이를 단지 ‘개인이 좀 더 노력하면 될 일‘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객체화되기 쉬운 여성 학우들을 대변하는, 여성이 주체가 될 수 있는 학내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성들은 총여학생회의 일원이 되거나, 총여의 사업을 통해서 주체성을 키울 기회를 보다 많이 접하게 된다. 한양대학교 총여학생회의 여학생 체육대회가 좋은 예이다.
또한 젠더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며, 학생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사적인 것만으로 치부해버릴 문제도 아니다. 여성뿐 아니라 작고 힘이 약하고 술을 잘 못하는, 돈이 없고 여자 경험이 적은, ‘남성스럽지 못하다’고 칭해지며 기존의 남성성 중심의 문화에서 소외되어 온 남성들. 아직까지 학내에 존재조차 알리지 못하고 온갖 차별과 혐오에 둘러싸인 성소수자. (‘게이’는 욕으로 쓰인다) 총여학생회는 이런 다양한 젠더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존재한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이분법 구도를 깨트리기 위해 만들어진 총여는 젠더 담론을 꾸준히 공론화하는 학내기구로서 필요하다.
반드시 ‘총여학생회’라는 이름과 형태일 필요는 없지만, ‘여학생위원회’, ‘성정치위원회’ 등 어떤 식으로든 젠더 문제를 다루는 독립된 학생자치기구는 꼭 필요하다. 만약에 총여가 학교 부속 기관으로 들어간다면 학생 투표로 선출되던 총여에 비해 대표성이 떨어지게 된다. 또 학우들이 참여하기 힘들고 그에 따라 관심도 떨어져 기존의 ‘성평등상담실’에 그치게 될 것이다. 총학생회 산하 기구가 되면 존재감이 없어질뿐더러 그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총학의 성격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모임이나 동아리로 남기에는 당연히 한계가 크다. 아직 학내에 총여가 할 일은 많이 남아 있다. 총여는 기존의 남성 중심적 분위기에서 여성의 주체성을 키울 통로로서, 학내 젠더문제를 다루는 전문 자치기구로서 꼭 필요하다. 총여가 다시 세워진다면 기존의 화장 배우기나 네일아트, 스타킹 나눠주기같이 성별 구분에 기반 한 여학우 복지보다는 올바른 여성주의 문화 확산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총여학생회는 언젠가 없어져야할 기구이지만, 그 시점은 지금이 아니라 이러한 역할을 할 기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여야 할 것이다.

 

▲ 전은현(바이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