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소 - 이로빈 (한교 14)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정신없는 새내기의 첫 학기도, 첫 방학도 끝이 났다. 지난 몇 개월을 되돌아보면 대학에 온 이후 나 스스로가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아쉬운 점도 많은 것 같다. 바로 사람에 대한 아쉬움이다. 대학에 입학해보니 사람 한명 한명에 신경 써서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연락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먼저 다가와 주지 않는다. 분명, 짧은 기간이지만 웃으면서 같이 재밌게 보낸 동기와 선배와는 1학기가 끝나갈수록 연락이 줄어들고 어쩌다 오는 카톡에 설레서 보면, 그전에 연락도 없고 수다한 번 나눈 적 없는 사람이 과제, 수업에 관한 얘기, “미안한데 부탁 좀~~~”. 이해는 간다. 하지만 스스로가 필요할 때만 찾는 사람이 돼서 이용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이런 경험이 비단 나 자신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2학기가 시작돼도, 분명히 아는 사람이지만 만나면 그저 서먹서먹하게 인사만 나누거나 그마저도 없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또다시 게시판처럼 과제나 수업관련 내용 전달만 하면서 쓸쓸히 보내는 것. 우리가 꿈꾸던 대학생의 모습이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대학에서도 친한 친구를 많이 사귀어라 같은 단순한 얘기는 아니다. 지금 대학생 시기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인간관계는 우리가 계속해서 안고 가야 할 문제이다. 다만, 다양한 인간군상을 접할 수 있는 이 시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인간관계형성과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을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친목 그 이상으로 타인을 통해 알지 못했던 그들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며 스스로를 성숙시킬 필요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그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적이 있던가? 어째서 4.5만점의 학점에는 시험기간이면 그렇게 노력해서 공부하면서도 인간관계에는 힘들여 노력해보지도 않고 자연스레 친구가 생기길 바라고, 연인이 생기길 바라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길 바라는가?
새로이 시작하는 2학기에는 주위에 있던 사람들, 그리고 새로 만날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 ‘인간관계’에 대한 수업을 배워보자. 수강생은 나이 불문, 성별 불문, 국적 불문, 우리 주변 모든 사람. 그리고 그 수업의 교재는 사람이다. 앞서 말했듯 그 교재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로 가득 차있다. 그런데 어떤 이는 자기가 여태껏 살면서 만나본 얼마 안 되는 인간군상을 가지고 새로이 만난 사람들을 대하며 이 사람은 대충 이런 이미지에 이런 사람이겠구나 하며 읽다 말아 버린다. 그 속에 있는 가치를 완전히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 책의 내용을 다 아는 듯이 얘기한다. 이것은 심각한 오류이며 타인이 그 책을 읽을 기회를 박탈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나 스스로도 그 수업의 교재임을 잊지 말자. 새로이 시작하는 2학기에는 이 수업에 애정을 갖고 신경을 써보자. 아직 못 읽은 교재도 한 번 첫 페이지를 넘겨보고, 읽다가 대충 이런 내용이겠지 하며 덮어버린 책도 다시 읽어보자.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첫 페이지를 넘기고 계속 읽도록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