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물목 - 윤홍식 교수(건축토목공학)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수많은 생명이 갇힌 공간속에서 공포에 사로잡혀 절규하며, 억울한 한을 품고, 죽음의 길을 맞았으리라. 우리 모두가 그 안에 있었더라면.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다. 원인이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맘몬주의(mammon)와 인권경시 풍조 때문이다. 돈이면 뭘 해도 다 된다는 생각과 생산성만을 강조하여 인권을 무시해온 병든 우리 사회 때문에 수많은 생명을 허탄한 죽음의 길로 이끌었다.
우리나라의 대형 선박사고는 벌써 여섯 번째이다. 1953년에 229명, 1963년 140명, 1967년 93명, 1970년 326명, 1993년 292명이 희생되었다, 이제 새로운 기록으로 전남 진도 해역에서 세월호가 침몰하여 302명이 희생되었다. 여섯 번의 대형 참사중에서 1967년의 충돌사고를 빼면 다섯 번이 돈을 더 벌기 위한 과적이 원인이었다.
이처럼 대형사고를 겪으면서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 대책은 “망각”이다. 정부도 국민도 언론도 사고후에 몇일이 지나면 망각이라는 기발한 대책을 통해 묻어 버린다. 하기야 망각이 없다면 모든 국민이 우울증에 걸려 버릴지 모르겠다. 너무나 많은 사고와 희생으로 인해 행복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번 세월호 사건은 안타까울 뿐이다. 과거의 사고들을 망각하지만 않았더라면 간단한 몇가지 대책으로 이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단 한명의 안전요원이라도 배치를 해서 선박의 상태와 운영상황을 보고하고, 안전장비들을 점검하고, 사고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더라면 이런 참사는 막았을 텐데.
요즘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정국파행과 정치권의 책임공방을 보면서 정말 책임져야 할 당사자들이 남의 탓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민의 생명과 삶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권이야말로 이 모든 사고의 진정한 책임자들이 아닌가? 대량수송을 맡은 회사를 공영화하든지 아니면 국영기업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내 놓았더라면, 장비를 갖춘 전문구조팀을 운영하였더라면, 각 기관별로 전문인력 확보와 방재교육을 의무화하였더라면, 간단한 승객용 비상대피요령이라도 나누어 주도록 했더라면, 모든 것을 다 놓쳤더라도 과적만 철저히 단속하였더라면, 적어도 그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런 비극적인 참사는 없었을 텐데.
망각속에 묻혀진 2003년 2월 192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화재사고에서 목숨을 잃은 착한 시민들을 생각나게 한다. 침착하게 기다리라는 기관사의 말을 믿고, 순수히 따랐던 그들을 생각하면서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침착하게 기다리라는 선장의 말을 따랐던 그들도 같은 비극을 당한 것은 무지하고, 책임감 없는 자들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무지하고, 책임감 없는 그들에게 생명을 맡기고 살아가야 하는가?
국가지도자들이여! 진정한 복지는 국민의 생명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임을 망각하였는가? 제발 이번만은 국가안전관리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을 때까지 세월호 참사를 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