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캠 만남 - 예술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트스타코리아> 우승자 신제현(미술 02) 동문

기자명 정혜윤 기자 (heayoun12@naver.com)

예술가들이 서바이벌 형식으로 경쟁을 펼치는 TV 프로그램인 <아트스타코리아>. 내로라하는 작가들 사이에서도 예술계의 ‘사이코패스’라 불리며 심사위원의 혀를 내두르게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신제현(미술 02)동문이다. 평소에는 침착하고 얌전하지만 작업을 시작하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그는, 대학 시절 ‘작업 오타쿠’라 불릴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신제현(미술 02) 동문. /김은솔 기자 eunsol_kim@

대학 시절부터 시작된 프로젝트, 사회 모순을 조명하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한 그는 2002년 우리 학교 미술학과에 입학했다. “학교 커리큘럼이 좋아 사진, 영상, 비디오 아트 등 다양한 미디어를 공부할 수 있었어요. 비디오 아티스트 김동주 씨나 미디어 아티스트인 양아치와 같이 각 분야에서 최고인 분들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우며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죠.”
그의 작품 활동은 대학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 중 하나가 개인용 포르노그래피를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다. 포르노는 인간의 성적 행위에 대한 사실적 묘사를 다룬 문학이나 사진, 회화 작품을 말한다. 근대 초 유럽의 포르노는 성을 이용해 절대적인 종교·정치권력을 비판하며 시민혁명의 중요한 미디어가 되기도 했지만, 요즘 포르노는 자본주의와 결탁해 상업적으로 변질됐다. 노골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포르노에 대해 신 동문은 문제의식을 느꼈다. “포르노가 남성용, 여성용 다 있어야 정상이잖아요. 남성을 위한 포르노가 대부분이라는 점은 여성의 성 지위가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는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포르노와 다르게 개인에 주목해 비신체적이고 각자의 성적 판타지에 맞는 ‘개인용 포르노’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숙명여대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경우 국어사전에 있는 성적인 단어들을 모아 목소리가 좋은 남성이 들려주는 포르노를 제작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에 대한 남녀 간의 소통이 매우 부족해요. 성적인 부분이 오픈되지 않으면 남성과 여성의 지위가 동등해지는 것이 힘들고 암묵적으로 억압된 것이 풀리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아이러니하게 페미니즘적 작업으로 풀어낸 거죠.”

작가 인생의 터닝포인트, <아트스타코리아>
2011년부터 2012년에 걸쳐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던 그는 대학원 학비 마련을 위해 휴식기를 가졌다. 그러다 다시 전시활동을 시작할 계기를 찾던 중 <아트스타코리아>를 만나게 됐다. 미술인들은 CJ라는 대기업과 가나아트센터가 기획하는 서바이벌 프로라는 타이틀을 자극적으로 받아들였고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다. “제대론 된 형식이라면 진지하게 참여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것을 비판하는 작업을 하자는 생각에 심사 때 2개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해갔죠.” 그의 예상과 달리 걸출한 실력을 자랑하는 저명한 심사위원들이 나왔고 그는 확신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진지하게 임할 수 있었다. “미술 서바이벌이라는 선례가 없고 제작방식에 대한 말도 많아 주변에서도 말리고 작가들도 서로 눈치 보기 바빴어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걸 경험하고 그 안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우려 속에 시작했던 <아트스타코리아>. 하지만 참가자 간의 공정한 경쟁과 심사위원들의 투명한 심사로 논란을 잠재우고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 6월 10일부터 8월 3일까지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아트스타코리아> 프로그램 TOP3의 최종 미션 작품이 전시회를 통해 공개됐다.

예술에 사회적 목소리를 담다
‘장르, 주제, 작품의 개수는 제한 없이 자유롭게 정하되 전시실의 각자 주어진 공간 안에 전시해야 한다.’ 마지막 미션이 주어지자 평소 우리나라의 비효율적인 재난대응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느꼈던 신 동문은 대형 재난에 대해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의 고향인 경남 양산 근방의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 영감을 받아 ‘Trailing, 50일간의 드로잉 퍼포먼스’라는 영상설치 작품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고리 핵발전 폭발 사고라는 대형 재난을 맞이한 미술작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양산과 고리, 서울 등지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대형 재난 앞에서 무력한 개인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핵발전소 반경 30킬로 이내에 사는 사람들의 이름을 직접 드로잉하는 퍼포먼스도 함께 선보였다. 신 동문의 본가는 핵발전소에서 20km 되는 곳에 위치해있어 피폭의 위험 범위 내에 있다. 정부는 2007년도에 핵발전소를 폐기한다고 밝혔지만, 지키지 않았다. 이를 작품으로 알리고자 작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정부는 ‘올해엔 폐쇄하겠다’는 말을 하고 사회적 혼란을 틈타 재가동하기 일쑤였다. 그런 우리나라의 상황을 그는 ‘재난사회’라고 칭한다. “안정성은 무시하고 효율성만을 추구해 사고 날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일을 진행하는 사회가 바로 한국사회에요.” 영상 속에서 닭을 등장시키는 것도 닭에서 문명화된 인류의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의 고향에서는 수많은 닭이 조류독감으로 도살처분 되고 있는데, 인간의 탐욕에 의해 대량학살 되는 닭의 처지가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인간의 처지와 많이 닮아있었던 것이다. “작품을 통해 고리 핵발전소의 문제와 위험성에 대해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이 미술가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어두운 미술계에 한 획 긋다
신 동문은 대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참신하고 파격적인 여러 소재를 다양한 예술언어로 풀어냈다. 지치지 않고 새로운 작품 기획을 할 수 있게 하는 그의 뮤즈는 바로 ‘우리나라’다.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부유해졌지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문제가 끊이지 않는 나라. 그러면서도 다양한 감수성과 문화적 기반이 존재하는 우리나라 자체가 신 동문에게는 영감의 원천이다. 그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여러 작업을 통해 대중들의 감각이 다시 되살아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TV, 인터넷 같은 미디어에 익숙해져 본능적인 감각들이 무뎌지는 것이 안타까워요. 미디어는 경험이나 지식을 확장하지만 촉감적인 것, 현장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줄여버리거든요. 미술은 치외법권인 영역에 있으니까 자유로운 주제를 가진 작품을 통해 사회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비판적이면서 살아 있는 감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신 동문에게 이번 <아트스타코리아>는 작가 인생에서의 ‘터닝포인트’다.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출연과 시립전시의 기회를 가졌고, 여러 가지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작업을 알릴 수 있었다. 오늘날 미술은 대중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다는 이유로 천대받아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미비한 상황이다. 그는 이번 <아트스타코리아>가 한국 미술계와 대중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미술, 특히 순수미술은 응용 미술이라든가 디자인, 영화, 연극과 같은 다른 분야의 예술에도 영향을 줘요. 결국은 순수 분야가 강세여야 응용분야도 탄탄해지는 거죠.”
미디어의 홍수 속, 무뎌진 대중들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참신한 소재와 파격적인 작품 속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는 미술작가, 신제현. 앞으로도 그의 작품에 담길 뜨거운 목소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