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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호 기자 (rheegh95@skkuw.com)
최근 다양한 화합물을 이용해 고효율의 태양전지를 만드는 노력이 이어져 왔다. 그리고 2009년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한 태양전지가 만들어지면서 이 전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현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을 세계 최고인 17.9%(미국 재생에너지 연구소 기준)까지 높이는 제조기술을 개발한 우리 학교 에너지 과학과 석상일 교수를 만났다.
1329년 러시아의 우랄산맥에서 새로운 광물 ‘CaTiO3’가 발견됐다. 이 광물은 러시아의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의 이름을 따 ‘페로브스카이트’라고 불렸다. 그 뒤 페로브스카이트는 이 광물의 결정 구조를 가진 물질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의미가 확대됐다. 이 구조는 큐빅 AMX3 구조로 정육면체 단위 격자의 꼭짓점에 큰 양이온 A가 있고 가운데 작은 양이온 B, 각 면 중앙엔 할로겐화물이나 산화물을 포함하는 음이온 X가 존재한다. A, B, X가 어떠한 원자 조합이냐에 따라 물질마다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로 BaPbBi계는 △부도체 △반도체 △전도체의 성질은 물론 초전도 현상까지 보인다.
우리 학교 에너지 과학과 석상일 교수가 이용한 물질은 CH3NH3PbIχBγ3-χ라는 화학 조성을 가진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다. 이 물질은 다른 화학 조성 물질에 비해 쉽게 합성되고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특징을 가진다. 석 교수는 값싼 유·무기물로 기판을 구성한 뒤 그 위에 용액 법으로 매우 균일하고 치밀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을 입혀내는 제조법을 개발했다. 여기엔 지난해 석 교수팀이 개발한 유·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이하 하이브리드 태양전지)의 플랫폼 기술이 뒷받침됐다. 이 기술은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의 장점인 높은 효율과 유기 및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의 장점인 경제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또한 석 교수팀은 기존 태양전지 구조와 다르게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전도성 고분자와 결합한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구현해 냈다. 이 구조는 17.9%의 고효율의 태양전지를 만들어 냈고, 유연성이 높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플렉서블 경향과도 맞는다. 연구 결과는 태양전지의 효율을 공식적으로 공인하는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태양에너지 효율 기록지에 등록돼 우수성이 검증됐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태양광 발전 외에도 응용 분야가 다양하다. 특히 고전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물을 직접 전기분해할 수 있어 수소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친환경 수소에너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석 교수는 “사막의 1/3을 태양전지 기판으로 채우면 전 세계가 에너지 부족 문제를 겪지 않아도 된다”며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그는 “연구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기존 하이브리드 태양전지에 대해 이뤄진 연구가 전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대부분의 핵심 소재를 구매할 수 없어 직접 합성 혹은 제조했고, 실험 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그는 연말이 되기 전에 19% 이상의 검증된 효율을 가진 태양전지 제조 기술을 확보하려 한다. 더욱이 응용 분야에 맞게 특화시켜 △고효율 △강한 내구성 △저렴한 가격을 가진 차세대 태양전지를 제작할 예정이다. 덧붙여 그는 “차세대 태양전지는 △물리 △재료 △전자·전기 △화학 등의 배경지식이 모두 결합해야 하는 다학제간 연구기 때문에 대학원 중심의 전문 연구자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용액법=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의 반응성을 조절할 수 있는 용매를 코팅 공정 중에 떨어뜨리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