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희준 기자 (choking777@skkuw.com)

1960년 39.15%에 불과했던 한국의 도시화율은 1990년에는 81.95%에 달하는 등 가파르게 증가했다. 갑작스레 많은 수가 농촌에서 이주해오다 보니 연고가 없는 사람들 간에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채로 한 지역에 모여 살게 됐다. 이후에도 도시 내 다른 곳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수도 많아 사람들은 거주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갖기도, 이웃과 깊은 관계를 맺기도 힘들다.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에 사는 도시인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관계의 단절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 서촌에서 시작한 마을공동체품애의 효자동 프로젝트 '시장해' /ⓒ품애 제공

도시문제, 마을로 풀다
도시지역에 복지시설 및 제도가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화가 이뤄졌기에 도시인들은 곧 △주거 △교육 △보건 △교통 △환경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또한, 혼자 고립되다시피 생활하면서 느끼는 소외감 및 고독 역시 중요한 도시문제로 대두했다. ‘마을만들기’는 함께 공유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적 유대감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마을공동체 ‘삼각산재미난마을’은 이러한 마을만들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90년대에 기존의 공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부모들을 중심으로 공동육아 협동조합인 ‘꿈꾸는어린이집’이 생겼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나이가 되자 부모들은 2003년엔 대안학교인 ‘삼각산재미난학교’를 설립했다. 대안학교 설립과정에서 주민들 간의 교류가 활발해진 것이 △동아리 △마을축제 △마을기업 등의 관계망을 발전시킬 초석을 다졌고 지금의 삼각산재미난마을을 만들었다.
인사캠 근처의 서촌에서 출발한 ‘마을공동체품애(이하 품애)’도 온전히 지역주민들의 힘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품에는 다른 마을만들기와는 달리 지역이 아닌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활동한다. 좋은날 프로젝트는 결혼식 등의 행사준비를 독특한 방법으로 대행한다. 다른 대행업체와는 다르게 불필요한 유통 등을 절감한 비용을 기부를 통해 나눈다. 이외에도 품애는 마을사람들이 만드는 벼룩시장을 여는 효자동 프로젝트, 마을 구석구석의 일상 속에 예술을 가져오는 문화놀이 프로젝트 등을 진행한다.
▲ 서촌에서 시작한 마을공동체품애의 문화놀이 프로젝트 '문화해'. /ⓒ품애 제공
모두가 함께 가는 공동체 만들기
그러나 모두가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는 쉽지가 않다.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필연적으로 사람들 간의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이기에 구성원 사이에서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품애 활동가 김정찬 씨는 “서로 다른 가치들이 부딪치는 경우 구성원 각자가 감내할 수 있는 이해의 수준이 다르기에 오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삼각산재미난마을이나 성미산마을 등의 마을공동체들에서 청년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80~90년대에 대학생활을 하고 공동육아와 대안학교 등을 중심으로 마을을 일궜던 세대와 입시, 취업 등 전보다 과열된 경쟁 속에서 자란 20대의 가치관이 달라 섞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청년들이 마을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녹록지 않다. 삼각산재미난마을 주민인 책방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씨는 “금전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좋은 일을 하려는 청년을 찾기 힘들지만 지역화폐나 마을에서 뜻 깊은 공동사업을 통해 젊은 사람들에게 힘을 줘야한다”며 마을 내에서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자과캠 근처의 율천동 밤밭골과 행궁동 등에서 때로는 활동가로, 때로는 전문가로 참여해 마을공동체를 만들어온 우리학교 건축학과 신중진 교수는 말한다. “마을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을 속에 사는 사람을 다시 찾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찾고 이웃도 내 옆에 함께 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의 말처럼 도시 속 마을은 서로를 만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