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산 마을 르포

기자명 손민호 기자 (juvenile0223@skkuw.com)

자과캠에서 버스로 20분. 촘촘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그곳에선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칠보산 마을 공동체는 수원시 권선구 금호동 지역의 LG빌리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칠보산 마을에는 현재 △사이좋은방과후 △칠보산도토리교실 △칠보산문화놀이터 등 10여 개의 주민자치단체가 속해있다.

▲ 2012년 추석 칠보농악전수회가 풍물놀이와 강강술래를 선보이고 있다. /ⓒ칠보산마을신문 제공
▲ 칠보산 마을 외곽에 위치한 칠보산도토리교실. /손민호 기자 juvenile0223@

버스에서 내리니 포스터를 붙이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주민 이계순씨와 박민수씨는 스스로를 각각 ‘달님’과 ‘맞장구’로 소개했다. 칠보산 마을에서는 구성원들 간의 친밀감을 형성할 목적으로 별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포스터에는 ‘오는 28일 개최할 칠보 봇물 장터’와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이씨는 “최근 대형 상점이 들어오며 침체한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고 주민 간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개최하고 있다”며 봇물 장터를 여는 이유를 밝혔다.
이계순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칠보산문화놀이터(이하 문화놀이터)’로 안내했다. △서예 수업 △손바느질 수업 △요가 수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손바느질 수업을 받는 교실에서는 주부 4명이 모여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이 수업의 강사인 조소영씨는 동아리 ‘짇따’에 활동하고 있다. 짇따는 손바느질 수업을 받은 회원이 모여 결성한 동아리로, 봇물 장터가 처음 열리며 제품을 판매하는 단체로 발전했다. 조씨는 “우리가 만든 제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거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이 단체가 좀 더 성장해서 마을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마을 주민들의 소식지 칠보산마을신문. / 손민호 기자 juvenile0223@

문화놀이터에서는 ‘칠보산마을신문’도 같이 발행된다. 칠보산마을신문은 2010년 LG빌리지에 사는 다른 주민과의 소통을 활성화할 방안으로 창간됐다. 현재 △편집위원 3명 △일반기자 3명 △청소년기자 8명이 활동하고 있다. 그간 18번의 신문을 발행하는 동안 주민들의 참여도 늘어났다. 기자 활동을 병행하는 이씨는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제보하고 구독 후기도 올려준다”며 “신문을 만들며 주민들을 더 많이 알아가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2009년 창단한 ‘칠보농악전수회’ 역시 문화놀이터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농악 강습을 열어 풍물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추석에는 마을의 10여 개 단체가 주관하는 축제에 참여해 강강술래와 풍물놀이로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칠보농악전수회 단장 박씨는 “이웃들과 스스럼없이 어우러져 축제를 즐길 수 있어 뿌듯했다”며 소감을 말했다.
콘크리트 바닥을 벗어나 들판에 다다를 무렵, 슬레이트 지붕에 ‘칠보산도토리교실’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린 다소 낡은 집이 보였다. 칠보산도토리교실은 2003년 칠보산 마을 아이들에게 생태 교육을 제공할 목적으로 개설됐다. △술 빚기 체험 △염색 체험 △흙 놀이 체험 등이 인기를 얻자 현장 체험을 오는 아이들도 늘어났다. “조물조물 딱딱. 조물조물 딱딱.” 현장 체험을 온 유치원생들이 옷감에 황토 염료를 물들이며 내는 소리였다. 마침 그곳에서 며칠 전 현장 체험을 다녀온 아이들이 빚은 술을 점검하던 ‘중등칠보산자유학교’ 교사 정혜신씨가 악수를 청했다. 정씨는 “이 마을 교육 방식의 핵심은 대안 교육”이라며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임을 밝혔다.
LG빌리지 아파트 단지 내의 ‘사이좋은방과후’에서 초등학생들과 함께 그들을 보살피는 이정환씨를 만났다. “방과 후에라도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이곳 아이들은 학원에 가는 대신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 언제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여기서 친구들과 포켓몬 놀이를 할 때”라고 답했다. 사이좋은방과후는 학부모가 보육 기관 운영에 조합원으로 참여해 운영비를 지불하는 공동 육아 방식으로 운영되는 단체다. 그는 “방과 후 산과 들을 다니며 마음껏 놀 수 있었던 부모들의 환경을 아이들 세대까지도 그대로 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운영 취지를 밝혔다.
이로써 마을 탐방은 마무리됐다. 이계순씨는 “청소년 기자들이 시험기간에도 우리와 같이 산에서 생태 문화 답사를 다닐 때 무척 행복해 보였다”며 “나중에 어른이 돼서도 자녀들을 같은 방식으로 돌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칠보산 마을은 이웃 구성원끼리 사이좋은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