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혜윤 기자 (heayoun12@naver.com)

쉽게 나올 수 없는 색감의 조화, 천재성이 돋보이는 작품 속엔 작가가 경험한 몸과 마음의 치유가 담겨 있다. 바로 ‘다름에서 천재성을 본다’는 취지로 열린 ‘열린행성 프로젝트 2014’다. 작가의 순수한 내면세계가 작품 속에 온전히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열린행성 프로젝트’. 프로젝트를 기획한 오윤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이동민, 앵무새

 

 

 

 

 

 

 

 

 

▲ 신동민, 정글건물 비행보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31일까지 밀알미술관에서 ‘열린행성 프로젝트 2014’가 열렸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이 프로젝트는 발달 장애 학생들이 지난 1년간 작업해온 미술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전시회다. 전시를 주최한 ‘시스플래닛’은 이들의 노력이 세상에 빛으로 설 수 있도록 작가를 양성하고 전시를 기획한다. 나아가 이들의 재능기부를 바탕으로 에코 백, 머그컵, 우표 등의 아트기획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열린행성 프로젝트 2014’와 함께 작가들은 사회의 모순적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의 행성을 열고 세상과 교감한다. 자신의 행성을 연 주인공은 자폐성 장애를 지닌 6명의 청소년 작가들. 이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세상을 예술을 통해 독창적으로 표현했다.
작품에서는 작가 각자가 빠져 있는 예술세계가 오롯이 드러나 있다. 흰색과 회색의 색깔만이 떠오르기 마련인 ‘펭귄’은 다양하게 채색돼 뚜렷한 개성을 지닌 군상으로 변모했다. ‘정글건물’에서는 도시의 건물이 늘어서 있고, 정글은 뿌연 매연이 낀 하늘을 대신했다. 잿빛으로 채색된 건물과 형형색색의 정글 속 넝쿨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참여작가들은 청소년 작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독자적인 감각과 화풍을 지녔다. 전문성은 뛰어날지 모르나 상업 논리에 휩쓸리기 쉬운 기성작가에 비해 독창성과 자유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홍경한 미술 평론가는 “이들의 작품 속에서는 삶, 사회, 꿈, 희망과 같은 단어들이 포장 없이 만개한다”며 “어린아이의 눈으로 사회를 바라보고자 했던 피카소의 명징하면서도 맑은 기운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자신만의 행성 속에서 독립돼 살아가는 아이들의 그림은 세상의 욕심을 망각한 순수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오 대표는 “이들의 강한 순수함이야말로 기성작가들과 구별되는 뚜렷한 특성”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의 전시를 ‘편견’을 가진 채 관념적인 시각으로 규정짓는 시선도 있다. ‘장애’를 가진 누군가가 그린 그림으로 간주해 복지차원에서의 결과물로 인식하거나, 공동 작업에 있어 작가 간 소통에 우려를 표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통’은 결코 언어적 특성으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디렉터와 작가는 ‘예술’로 교감하며 작품을 완성했다. 오 대표는 “이들을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 속 평범한 한 명이라고 생각해달라”며 “이들의 ‘그림’만을 온전히 봐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열린행성 프로젝트’는 어떤 특정한 메시지를 각인시키고자 기획된 전시는 아니다. 하지만 전시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자연스레 작품을 통해 편견과 사고의 틀을 넘어서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오 대표는 “이들이 예술적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충분히 마련된다면 한국 예술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 전했다. 멈추지 않고 개성과 순수함을 담아내는 그들의 예술이 더불어 사는 사회의 커다란 한 부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