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뜨거운 불길로 숨죽인 현실 뒤덮다
빛고을, 뜨거운 불길로 숨죽인 현실 뒤덮다
  • 정혜윤 기자
  • 승인 2014.10.06 13:35
  • 호수 15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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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실 입구의 모습. / 한영준 기자 han0young@

아시아 최초 순수 예술 비엔날레, 20주년 맞이해
지난 9월 5일부터 오는 11월 9일까지 66일간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라는 주제로 광주 비엔날레가 열린다. 광주 비엔날레는 ‘저항과 민주의 도시’라는 정치적 맥락과 예로부터 뿌리내린 ‘예술적 고장’이라는 문화적 명분을 바탕으로 지난 1995년 개최됐다. 독재에 항거했던 많은 이의 희생과 민주화 투쟁 과정 속에서의 아픔을 치유하고 문화로 계승하고자 함이었다. 광주 비엔날레는 1995년에 출범한 지방자치제도와 맞물려 광주 지역만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문화의 불모지였던 인구 145만 명의 작은 도시는 20년간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관람객을 남겼다.
베니스 비엔날레, 휘트니 비엔날레 등과 함께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손꼽히는 광주 비엔날레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타 비엔날레와는 달리 창설 선언문을 통해 정체성을 뚜렷이 전하고 있다. 개막 당시에는 예술계의 제도권, 비 제도권 사이 힘겨루기 양상으로 ‘안티 비엔날레’가 생길 정도로 고전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광주의 역사성과 문화 예술성을 세계화하고자 하는 시민의 실천적 노력으로 식민지 시대, 한국 전쟁, 고도 성장기 등 다양한 문화적, 정치적 담론에 대한 토론장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갔다. 홍보사업부 조사라 관계자는 20년간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광주, 크게는 아시아의 특성을 아우른 품격 있는 전시와 이를 바탕으로 던진 화두가 큰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라 전했다.
‘터전을 불태우라’,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출발
올해 전시의 주제는 ‘터전을 불태우라’다. ‘불’은 시대를 막론하고 인류에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산물로, 물질을 변형 및 소멸시키는 속성을 지닌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전시는 ‘불태우는 행위’를 통해 깊게 뿌리내린 관습을 비판하고 기존 체계에 저항하며, 새로운 출발을 말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영화, 연극, 음악, 건축과 같은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시각, 청각, 운동 등의 모든 매체를 망라한 역동적 전시를 보여준다. 조 관계자는 “전시관 자체가 거대한 공연장과 같은 연출을 하는 것이 이전과의 차별성”이라 말했다.
작가들은 △5·18 민주화운동 △국가 권력 △성과 낙태 △소비사회 등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예술’이라는 언어로 탐색한다. 전시관 정면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문어가 활활 타오르는 건물에서 도망친다. 한번 붙잡으면 놓아주지 않을 듯한 거대한 문어의 빨판은 식민사회의 착취를 형상화한다. 조 관계자는 “미술은 예쁜 것을 담아내는 미적 기능도 하지만 사회 현상을 담아내고 비판하는 역할도 한다”고 밝혔다.
뚜렷한 정체성과 지역 간의 소통 꾀해야
한편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달콤한 이슬-1980 그 후’라는 특별프로젝트도 추진된다. 특별프로젝트는 ‘광주정신’의 주제를 다루는 전시, 강연, 퍼포먼스로 구성돼 있다. 조 관계자는 “예향과 의향의 성격을 담아내면서 시민도 함께 즐기자는 취지 아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특별프로젝트에서는 홍성담 화백의 걸개그림인 ‘세월오월’의 대통령 풍자 논란으로, 작품 전시가 유보되고 책임 큐레이터가 사퇴 의사를 표명하는 등의 논란이 있었다. 이외에도 그간 광주 비엔날레가 가진 국제적인 외형에 비해 지역 작가의 전시 참여와 양성에 소홀해 지역 인력을 국제적으로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해당 지자체의 성과를 홍보하는 창구로 전락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역과의 소통을 꾀하는 것이 광주 비엔날레에게 주어진 과제로 보인다. 광주 비엔날레가 아시아 권역에서 손꼽히는 국제 비엔날레로 자리매김하기까지에는 20년간의 수많은 노력과 의식 변화가 있었다. 그간의 쓴소리를 바탕으로 출범 당시의 뚜렷한 정체성을 유지해감으로써 광주의 정신이 더 큰 세계 속에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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