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물목 - 최준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S악기는 피아노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부도발생, 노사갈등의 극심, 회사정리절차개시 및 상장폐지우려 등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한 Y악기의 지분 약 49%를 2004.3. 매입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합병신고를 완료하였다. 그러나 2004.9.9. 공정거래위원회는 양 회사의 합병이 이루어지면 S악기가 국내 피아노시장의 92%(75%가 경쟁제한성 인정 추정기준)를 점유하여 독점체제가 구축된다는 이유로 합병을 불허하면서, S악기가 인수한 Y악기의 지분과 핵심설비를 전부 매각하라고 명령하였다. 이러한 처분명령 결과, S악기는 최소한 약 250억 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Y악기는 2004.9.20. 최종 부도처리되었고 이어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 상장폐지되었다. Y악기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대략 1년 후, H산업개발 컨소시움이 Y악기의 지분을 인수하여 Y뮤직으로 새출발하였으나, 새 회사는 8년이 지난 2013년까지 4년째 적자에 허덕이면서 모회사인 H산업개발로부터 차입 경영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4년 적자 영창뮤직, 모회사 기대기 언제까지?-이데일리뉴스 2014.05.26. 민재용 기자). 반면에 S악기는 내수시장의 급격한 위축에도 불구하고 2014. 1분기 실적을 보면 내수는 부진하지만 대 중국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로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S악기는 이 사건 기업결합은 정당한 기업결합임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합병불허처분과 주식매각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2008년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원고패소판결을 하였다. 법원의 판결 이유는, 첫째, 합병 후 S악기의 시장점유율이 92%가 되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경쟁을 제한하고 (독점기업이 되어) 소비자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은 피아노는 내구재인 점, 중고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점, 해외의 경쟁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결합 후 단순 신상품시장만을 고려한 계산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S악기와 Y악기 외에도 국내에는 이미 뵈젠도르퍼(Bösendorfer), 슈타인바하(Steinbach), 야마하(Yamaha), 슈타인웨이(Steinway & Sons), 백슈타인(Bechstein) 등 기라성 같은 피아노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국내 두 기업의 합병이 세계 시장의 점유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국내 모든 소비자가 두 회사 중 하나만을 선택할 것이라는 순진한 발상아래 내린 판단이 아닌가. 둘째, ‘효율성 증대효과’가 있는 기업결합은 예외적으로 인정되나, 법원은 생산·판매·연구개발 등 생산적 효율성의 측면에서 볼 때 이 사건 기업결합으로 ‘효율성 증대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경제 전체의 측면에서의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중요한데, 법원이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셋째,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은 기업결합을 허용하나, Y악기는 회생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외부의 투자협상이 있었으며, 유상증자 시도가 있었고, IMF 외환위기 때도 회생한 바 있으며, 외부 평가기관도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외부의 투자협상, 타기업으로부터의 인수시도, 과거의 회생경험 등은 회생가능성을 판단할 아무런 근거가 되지 못하며, 외부기관의 평가는 정확한 것도 아니다. 회생가능성 여부는 그 기업의 경영자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다. 어떤 기업이 매물로 나올 경우 실력도 없는 기업이 인수제안서를 내고 덤비는 경우도 많다. 우리도 어떤 시도를 한다는 것을 공시하여 허세를 부리고 투자자를 속이기 위한 과시적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S악기도 내수는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시장의 호조로 버티고 있다. Y악기는 품질의 고급화를 위하여 부단한 투자를 하였고, S악기는 대중적인 악기를 생산하였다. 두 회사가 합병하였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며, 위대한 강소기업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Y악기를 인수한 Y뮤직이 언제쯤에나 차입경영에서 벗어나 홀로 설 수 있을지 기대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이 결국은 옳았음을 증명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