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희준 기자 (choking777@skkuw.com)

▲ 종로구 경복궁역 근처에 위치한 감자튀김집 '청년장사꾼 감자집'. /김은솔 기자 eunsol_kim@

‘잘생겨서 죄송합니다’, ‘고객님 “감자”합니다’, ‘소스를 원한다면 윙크’.

경복궁역 근처의 금천교 시장 골목 멀리서부터 파란색 유니폼 등판에 새겨진 멘트가 보인다. ‘청년장사꾼’ 멤버인 이들의 가게 밖에는 감자튀김 포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골목을 따라 길게 줄을 선다. 가게 안도 손님들과 감자를 튀기고 서빙을 하는 청년들로 가득하다. ‘청년장사꾼 감자집’ 점장 안상영(유동 10) 학우는 “장사가 잘되는 것은 사람 때문”이라며 “전문적이진 않지만, 함께 일하는 멤버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침체돼 있던 금천교 시장은 이들이 들어서고 나서 활력을 되찾았다.
청년장사꾼은 인도여행 중 만난 두 청년에 의해 시작됐다. 장사를 하고 싶었던 대학생 김운규 대표와 건축학도지만 지역문화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김연석 대표는 귀국 후 그 둘을 모두 하는 청년장사꾼을 만든다. 2012년 정초에 그들은 포항 호미곶에 해돋이를 보러온 사람들을 상대로 손난로를 팔며 장사를 시작했다.
점포를 내 장사를 시작한 것은 같은 해 8월, 이태원 이슬람사원 앞 ‘카페 벗’을 열면서다. 처음에 하고 싶지 않았던 업종이어서였을까, 1주일 만에 두 대표는 이대로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새 가게를 차리기로 했다. 청년장사꾼 감자집은 김운규 대표가 전셋집을 빼고 김연석 대표는 그동안 모은 돈을 부은 결과로 탄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청년장사꾼의 멤버 수가 늘어나자 멤버들의 월급을 감당할 수 없었다. 청년장사꾼은 멤버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매장을 하나 둘 더 열었고, 현재 카페 벗과 감자집 외에도 골뱅이, 꼬치집 등 7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장사꾼은 장사뿐 아니라 문화기획으로도 유명하다. 카페 벗을 열기 전에도 여럿이서 홍대에서 노숙자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의 판매와 홍보를 하는 ‘떼빅돔 프로젝트’와 금천구 남문 시장에서 하루 동안 SNS 미션을 수행해 전통시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캐쉬몹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카페 벗을 열고 난 뒤부터는 이태원 우사단로의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만든 공동체 ‘우사단 마을’에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마을 장터 ‘계단장’을 연다. 재미로 시작했지만 이젠 손님들을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청년장사꾼에서 2주 교육 프로그램 ‘돈 받고 배우자 배워서 남 주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멤버들과 똑같이 일하고 임금을 받는 인턴 제도였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창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주로, 청년장사꾼이 창업 과정 중에 겪었던 문제와 그 문제를 풀어낸 방법 등을 가르치며 현재 42기를 교육 중이다.
조직문화 역시 독특하다. 청년장사꾼 멤버들에겐 월요일마다 사진미션이 주어진다. 일하는 중간마다 특정 주제를 사진으로 표현하거나 사진을 올리고 그 주제를 맞추는 미션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영화관람 △배울만한 가게가 있으면 직접 가서 분석하고 멤버들과 결과를 공유하는 ‘간판깨기’ △읽고 싶은 책 무제한 구매 △한 달에 10만 원 씩 자기 계발비 지급 등은 청년장사꾼의 독특한 문화다.
즐겁고 재밌을 것만 같지만, 청년장사꾼 멤버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일주일에 쉬는 날 하루를 제외하고는 오후 3시에 출근해 새벽 3시까지 12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 장사를 한다. 장사를 마친 뒤, 사무실로 돌아와 회의하면 4시가 된다. 숙소로 들어가 씻고 잠자리에 누우면 5시다. 잠에서 깨어난 뒤엔 바로 출근 준비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청년장사꾼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안상영 학우는 최근 용산에 자주 간다. 청년장사꾼의 새로운 프로젝트 ‘그곳 프로젝트’ 때문이다. 그곳 프로젝트는 아예 상권이 없는 용산구 원효로 근처의 한 골목에 각기 다른 종류의 매장 6개를 동시에 열어 새로운 상권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안 학우는 “그곳 프로젝트에 청년장사꾼이 쌓아온 자금과 역량을 모두 쏟아 부었다”며 “실패한다면 청년장사꾼에게 큰 시련이 오겠지만, 독립을 할 멤버들에겐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젊은 나이에 스스로 선 청년장사꾼. 고생하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는 멤버들의 열정이 청년장사꾼의 원동력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