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촌사람들 – 여행 카페 ‘떠배’ 장순민씨

기자명 손민호 기자 (juvenile0223@skkuw.com)

“저희 카페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카페 ‘떠나자 배낭여행’(이하 떠배)의 주인장인 장순민(40)씨가 팀플을 하러 온 김수현(사회 13) 학우와 전이주(행정 13) 학우를 반갑게 맞이한다. 시인 이상화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며 막막해하는 두 학우의 모습에 그는 서슴없이 카페 서재에 꽂혀 있던 김홍규 교수의 저서 ‘한국 현대시를 찾아서’를 건넨다.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와 주인장의 친절함. 이에 이끌린 학우들은 공부하려고, 연인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이곳을 찾는다.

▲ 카페 '떠나자 배낭여행'의 장순민(40) 씨. /김은솔 기자 eunsol_kim@

인사캠 정문 오른편, 좁은 골목길의 한 모퉁이를 돌면 3층짜리 건물이 나타난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 2층에 있는 카페의 문을 열자 가장 먼저 좌식 테이블에서 편안하게 공부하는 학우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옆에 놓인 서재에는 잠시 머리를 식히며 볼 수 있는 여행 서적과 각종 인문학 서적이 꽂혀 있다. 카페 곳곳에서 장씨가 여행을 다니며 틈틈이 모아둔 기념품도 발견할 수 있다. 에펠탑 모형을 비롯해 이국적인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대부분 카페를 열며 기증받았지만, 일부는 제가 직접 배낭여행을 다닐 때 구매한 소품들이에요.” 영국,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나라의 동전들이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고, 메뉴판에는 호주로 여행 갔을 때 찍었던 사진들이 담겨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어디론가 떠나는 걸 좋아했던 여행 애호가였다. 대학 시절 식물학을 전공한 그는 여러 수목원을 다니며 여행의 꿈을 키웠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식물 사진을 찍다 보니 주변 환경에 점차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 무렵 인터넷 여행 동호회 카페 떠배가 생겼고, 10년 동안 회원으로 활동하며 벨기에, 프랑스, 호주 등 세계 각국을 여행했다. 그중 그는 이집트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50도에 육박하는 날씨여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토록 수많은 별을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즐거움을 경험한 그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여행 이야기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렇게 카페 떠배는 2012년 1월 지금의 자리에 들어섰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카페가 입소문을 타자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많은 학우가 여행 정보를 얻으려 이곳을 찾아왔다. “아무래도 여행 경험이 풍부한 제가 상담해주니까 만족하고 여행을 떠나더라고요.” 이렇게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가며 카페 내에 여행 모임이 생겼다. 그는 “여행 이야기는 어딜 가나 항상 즐거워요”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을 여행할 때 필요한 외국어를 배우는 모임도 만들었다. 그는 회원들과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 △스페인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표현들을 익히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세계 각지의 술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와인을 시음하는 모임을 열기도 했다. 다양한 모임에 대한 손님들의 뜨거운 반응에 그는 만족하고 있다.
이렇게 손님들과 활발히 교류하다 보니 학우들과의 특별한 인연도 빠질 수 없는 법. 지난해 우리 학교 리더십학생단체 AIESEC은 이곳에서 일일카페를 열었다. “일일카페를 준비하며 학생들에게 커피나 스무디를 만드는 법을 가르쳤어요.” 그러며 그와 친분을 쌓은 AIESEC은 이곳의 단골손님이 됐다. 한 학우는 이곳에서 소모임 회원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어찌나 고맙던지 제가 오히려 신세를 진 것 같아요.” 그는 이들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학우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인연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과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싶어요.” 집처럼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야 그만큼 유대 관계도 더 잘 형성된다는 그. 그의 이런 신념이 통한 걸까. 많은 학우는 안락한 분위기를 찾아 이곳을 드나들고 있었다. 그렇게 떠배는 오늘도 인생을 여행하는 나그네들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