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건호 기자 (rheegh95@skkuw.com)

교통카드를 요금처리 단말기에 올리자 “삑! 환승입니다” 소리와 함께 요금이 빠져나간다. 마그넷, 바코드가 없는 이 카드가 어떻게 정보를 저장하고 수정하며, 환승한 사실을 알까?

▲ 버스에 있는 요금처리 단말기(리더). ⓒ성대신문

교통카드 속에 숨겨진 기술은 바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다. RFID는 영어 단어 그대로 라디오 전파를 통해 사람과 사물을 식별하고, 기존 IT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처리하는 기술이다. 좀 더 RFID에 대해 알아보자.
RFID의 원리, 리더에서 서버에 이르기까지
RFID 시스템은 크게 △태그(Tag) △리더(Reader) △안테나(Antenna) △서버(Server)로 이뤄져 있다. ‘태그’는 각각의 고유번호를 가져 특정한 정보를 담고 있는 장치로, 고유정보를 담는 칩과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리더’는 RFID 태그에 정보를 보내도록 명령하고 새롭게 쓰거나, 담겨 있는 정보를 읽는 역할을 하는 장치다. 또한 서버로 정보를 송신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그렇다면 태그와 리더를 연결할 다리가 필요할 터. 그것이 바로 ‘안테나’다. 안테나는 태그와 리더에 있으며 서로 무선 신호를 교환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서버’는 이 정보들을 활용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우선 리더는 안테나 전파 영역의 무선 신호를 만든다. 이 영역 안에 진입한 태그는 안테나를 통해 신호를 받아들인다. 그 후 태그는 무선 신호의 위상이나 진폭 등을 변조해 리더로 다시 돌려준다. 리더는 되돌려받은 변조 신호를 복조해 정보를 해독하고 유·무선 통신 방식을 통해 서버로 전달한다.
▲ RFID의 구성 요소. /ⓒ디노ict
실용화 기술로 도약한 75년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은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기 위한 IFF(Identification, Friend or Foe) 자동응답기를 개발했다. 이 기계는 전파를 이용해 암호를 교환한다는 점에서 RFID와 유사한 형식이었다. 지상의 미사일 기지에서는 이 기계가 설치된 아군 비행기에 전파로 질문 신호를 보냈다. 이때 전파를 감지한 아군 비행기에서 자동으로 응답 신호를 보냄으로써 아군임을 식별할 수 있었다. 뒤이어 1946년, RFID의 시초가 되는 장비가 등장했다. 바로 소비에트 연방에서 첩보전을 위해 개발된 장비다. 이 장비는 공기 중의 전파를 변조해 정보를 보낸다. 하지만 정보를 저장하고 인식할 수 없었다. 이후 1973년 마리오 카둘로가 만든 장비가 최초의 RFID라고 할 수 있다. 메모리를 갖추고 전파를 통신한다는 특징 때문이다. 같은 해, 로스 알라모스 국립 박물관에서 스티븐 뎁이 RFID 기술을 최초로 시연하면서 이 기술은 현재까지 쓰이고 있다.
RFID는 태그가 부착된 대상을 식별한다는 점에서 바코드와 유사하다. 하지만 RFID는 빛을 이용해 판독하는 바코드와 달리 전파를 이용한다. 따라서 바코드처럼 짧은 거리에서만 작동하지 않고 먼 거리에서도 태그를 읽을 수 있다. 심지어 물체를 통과해 정보를 수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지갑 속에 버스카드를 넣은 채로 단말기에 갖다 대도 인식한다.
▲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현상.
교통카드에 스며들어있는 RFID
우리가 교통카드를 올려놓는 요금처리기는 리더기며, 교통카드는 태그다. 그리고 이 카드 안에는 집적 회로인 작고 얇은 반도체 칩과 안테나의 역할을 수행하는 감긴 코일이 내장돼 있다. 따라서 교통카드 안에 있는 반도체 칩은 카드 잔액과 환승 가능 유·무에 대한 내용을 저장하며, 코일은 요금처리기와 교통카드가 정보를 공유하도록 해준다. 요금처리기는 교통카드의 정보를 읽고, 카드의 잔액이나 환승 가능 정보를 계속해서 바뀐다. 사람이 단말기 근처에 카드를 가져다 대면 단말기는 버스카드 안의 반도체 칩이 보내는 정보를 재빨리 복사해 읽는다. 그 후 버스 요금을 차감하고 그 결과 값을 다시 카드 칩에 보내준다. 이와 함께 칩은 기존의 요금 정보를 버리고 새로 차감된 요금 정보를 바꿔 저장하게 된다.
버스카드에 이용되는 RFID는 수동형이다. 수동형 RFID는 오직 판독기의 동력만으로 칩의 정보를 읽고 통신한다. 따라서 반도체 칩을 동작시키고, 전파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선 전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버스카드엔 전기를 만드는 건전지가 없다. 왜 그럴까? 여기엔 ‘전자기 유도현상’이라는 과학이 숨겨져 있다. 전자기 유도는 영국의 물리학자 패러데이가 발견한 원리로, 자기장과 코일을 가까이하면 코일에 순간적으로 전류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전기적으로 각각 분리된 제1코일과 제2코일을 근접시킨 후 제1코일에만 교류 전압을 가한다. 시간에 따라 전압이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제1코일 주위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기장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제2코일에도 이 자기장의 영향이 미쳐 유도전류가 발생하게 된다. 버스 내부에 설치된 단말기에선 제1코일과 같은 변화 자기장을 계속 발생시킨다. 버스카드를 단말기에 갖다 대면 카드 속 코일에 유도전류가 발생해 회로 동작을 위한 전력을 얻게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교통카드가 얇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RFID는 점차 산업 전반에 걸쳐 우리 주변 사물에 적용되고 있다. 리더기를 통해 사물들의 태그 속 정보를 얻음으로써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훗날 RFID에 네트워크 기술이 접목된다면 생활 속 편리함을 추구하는 ‘유비쿼터스 사회’가 오지 않을까? RFID와 함께 발전해 나가는 우리 사회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