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신강 기자 (skproject@naver.com)

나는 이제 잠자리에 들겠지만, 잠을 자지는 못할 것입니다.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단지 꿈을 꾸게 되겠지요.(본문 62쪽)
올해 초 프란츠 카프카의 일기와 편지에 담긴 꿈에 관한 글들을 모아 편집한 책 ‘프란츠 카프카-꿈’(이하 ‘꿈’)이 발간됐다. 카프카는 우리에게 ‘변신’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카프카는 매일 밤, 잠을 위한 투쟁을 했다고 한다. 그 투쟁의 흔적은 그가 불면의 고통을 호소한 여러 글에서 묻어난다. 카프카의 연대기와 꿈들 그리고 그가 남긴 문학작품들을 비교하며 읽다 보면 대부분의, 이 꿈들이 카프카가 현실 속에서 경험하는 문제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므로 책 후반부에 있는 해설 부분을 참고해 읽는 것도 이 책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다. 카프카의 작품은 그가 꾼 꿈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 세계는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속에 담긴 인과관계를 넘어서는 또 다른 법칙들이 발견할 수 있다.

어째서 당신은 꿈을 내면의 계명에 비유하는 것입니까? 계명이 꿈과 마찬가지로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나요? (본문 29쪽)
 흔히 우리는 기이하거나 재미있는 꿈을 꾸면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또, 꿈꾸기를 꺼리지 않는다. 그러나 ‘꿈’을 통해 들여다본 카프카는 꿈을 두려워하였다. 그는 꿈을 꾸지 않는 밤들을 간절히 바랐다. 카프카가 기록한 그의 꿈들을 읽다 보면 그가 공포를 느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창문은 열려 있었다. 나는 산산이 조각난 생각의 파편 속에서, 15분 동안 끊임없이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그러면 열차들이 나타났다. 열차는 선로에 누운 내 몸 위로 한 대 한 대 차례로 지나갔다. 그리고 목과 다리의 절단된 상처를 점점 더 크고 깊게 벌려 놓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에 나오는 열차를 연상시키는 그의 악몽에는 늘 이러한 불안이 담겨 있다. ‘꿈’에 나오는 그의 기록엔 ‘겁이 났다’, ‘긴장감’, ‘두려워하다’, ‘불안정’, 등 불안을 나타내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카프카에게 꿈은 불안의 대상이었다. 이에 대해 이 책의 독일어판 편집자인 미하엘 뮐러는 “가수면 상태의 환상이나 몽상이 생산적인 창작 활동을 돕는 것과는 반대로, 카프카의 꿈들은 그를 무섭게 압박했고 절대 기세가 누그러지는 법이 없었다.”고 말한다. 카프카 역시 자신이 꿈에서 깨어나면 모든 꿈이 주변에 모이지만 이 꿈들을 기억해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 그의 꿈들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절박한 상황에 다다랐을 즈음, 검은색 나폴레옹 야전모가 나를 구했습니다. 모자는 내 의식의 위를 엎으면서 내 정신을 힘껏 붙잡아 주었지요. (본문 67쪽)
독일의 민속학자 빌에리히 포이케르트는 카프카에겐 실재하지 않는 것들을 실재하는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어 독자에게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꿈에 대한 학자로 가장 잘 알려진 프로이트는 자신의 저서 ‘꿈의 해석’에서 꿈은 정상적 일상생활에서 충족시키지 못한 욕구가 무의식 세계에서 충족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두 학자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카프카는 무의식 세계의 불안을 글로 가공해 독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자신에게는 의식의 안정을, 읽는 이에게는 가려진 삶의 새로운 모습을 되찾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카프카의 꿈은 오히려 몽환적이고 신비한 것이 아니라 “현실의 삶과 더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것이다.
‘꿈’의 서문에는 “심리학을 잘 모르는 독자라 해도 간결하게 압축된, 그리하여 효력이 증폭된 카프카의 꿈 묘사를 읽으면 그 정신세계의 풍경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는 글이 적혀 있다. 가을밤, 오늘만은 깊은 잠을 한편에 미뤄두고 카프카의 꿈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