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신강 기자 (skproject@skkuw.com)

▲ 지난 11일 이준호 한신대 정신분석대학원 교수가 '꿈은 지금도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사진 강신강 기자 skproject@skkuw.com 

지난 11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한신대학교 정신분석대학원과 한국정신분석가전문가협회에서 주최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꿈은 지금도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인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은 이준호 한신대학교 정신분석대학원 교수는 광화문 심리치료센터 소장을 겸임 중인 정신분석학 전문가다.

본 발표는 먼저 정신분석 이론의 근간이 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서부터 출발했다. 이어서 프로이트의 한계를 지적하며 등장한 신경생리학적 꿈의 개념과 사용에 대해서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신경과학과 현대정신분석이 프로이트의 꿈-정신분석 이론을 어떤 식으로 발전시켰는가에 대해 알아보며 강연은 마무리됐다.
 
꿈-정신분석 이론의 초석을 다진 ‘꿈의 해석’
프로이트는 꿈에 대해 최초로 과학적 방법을 도입해 이를 밝히려고 시도한 학자다. 그의 이론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꿈에 대한 대표적 이론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프로이트는 꿈으로 드러난 내용 이면에는 숨겨진 내용이 있고, 후자야말로 무의식을 밝히는 실마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프로이트 꿈 이론의 핵심은 숨겨진 내용이 어떠한 방식으로 위장되고 왜곡되는지를 밝히고, 분석가가 어떠한 방식으로 드러난 내용을 통해 숨겨진 내용을 역추적하는가를 규명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프로이트가 봤을 때 꿈이 맡은 기능은 소원 성취다. 소원은 대부분 평상시에는 부적절하다고 여겨 억압되고 금기시된 무의식들이다. 만약 이런 소원들이 있는 그대로 의식화되면 사람들은 죄책감이나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 이 때문에 프로이트는 이를 감시하며 검열하는 기관이 있다고 믿고, 이런 과정에서 꿈 내용의 왜곡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의식 속에 숨겨진 내용이 겉으로 드러나 꿈으로 바뀌는 과정을 꿈-작업이라고 불렀다.
 
프로이트에 대한 갑론을박
‘꿈의 해석’ 이후 반세기 동안 이에 대해 대항마로 나설 이론이 없었다. 그러나 1950년대 렘수면이 발견되면서 정신분석학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홉슨은 동물실험을 통해 뇌교의 뇌줄기가 렘수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추론해냈다. 뇌줄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 생리활동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러한 연구가 공개되자 소원성취와 같은 심리적 요인은 꿈과 무관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프로이트의 이론은 △수집 표본이 신경증 환자에 국한됐다는 점 △분석가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 △꿈의 숨겨진 부분만을 중요하게 봤다는 점 등에서 한계가 있다. 그러나 홉슨의 연구 역시, 동물실험에 의존했기 때문에, 뇌줄기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꿈을 꾼다는 연구가 발표되자 신뢰를 잃었다. 이에 반해 솜즈는 꿈이 내적 욕구 상태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신경학적으로 밝혀냈다. 후두-측두엽-두정엽 경계부위는 시공간적 이미지의 생선과 연관이 있는 부분인데, 솜즈는 이 부분이 꿈의 원동력에 필수적 기관이라고 했다. 또한, 도파민작동성 추구 체계가 프로이트의 소원성취 기능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교수는 “솜즈는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의 열렬한 지지자로 그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할만한 많은 연구결과를 얻었지만, 프로이트 꿈 이론이 완전히 검증됐다고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로이트를 거쳐 홉슨 대 솜즈의 구도로 넘어온 꿈에 관한 생리학적 학설은 지금까지도 대립 중이다.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학은 어디까지 왔는가
홉스와 솜즈의 꿈 이론은 정신분석학에 대한 논의라기보다는 생리학적 발견이었다. 이 교수는 “현대정신분석학계에서 가장 혁신적 꿈 이론은 윌프레드 비온의 이론”이라고 언급했다. 비온은 꿈꾸기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들었을 때나 깨어 있을 때나 항상 일어나는 정신 현상이라고 보았다. 이 교수의 비유를 빌리면, 비온은 마치 오존층이 완충지대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시력을 태양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처럼 꿈꾸기 역시 감각과 인상으로 나타나는 궁극적 현실이 우리 뇌로 직접 침범하는 것을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즉, 꿈꾸기는 무의식과 의식을 둘로 나누며, 둘 사이에서 여과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편, 프로이트와 달리 그는 꿈을 해석하는 행위보다 꿈을 말하는 행위를 더 중요시한다. 비온 이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피분석자가 완전하게 꿀 수 없던 꿈을 분석가에게 말하고, 이를 통해 무의식을 이해하는 것은 서로가 꿈을 함께 꾸는 행위이며 이렇게 형성되는 관계가 정신분석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오는 18일 우리 학교에서도 ‘분석심리학적 꿈의 이해’를 주제로 분석심리학연구소 이유경 소장이 강연을 할 예정이다. 꿈을 향한 다양한 학문적 접근이 시도되는 가운데 꿈을 둘러싼 의문들이 풀리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