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도희 기자 (nico79@skkuw.com)

“안녕하세요. 성대신문 수습기자에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나는 정말 소리 내어 “망했다”고 중얼거렸다. 수습기자 지원서를 냈을 때는 성대신문사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오히려 아무 고민없이 지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점점 신문사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면서 후회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 모두 내가 기자에 지원했다 했을 때 동아리나 열심히 하지 1학년이 무슨 그런 걸 하냐고 했었다. 그런 상태에서 논술, 면접을 봤으니 잘 봤을 리가 없는데, 그래서 오히려 떨어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합격 문자가 온거다. 그래서 수습 트레이닝 첫 주, 나는 하나도 기쁘지가 않았다. 만약 나가면 뭐라고 말해야하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레이닝이 늘어가면서 난 나갈 수가 없었다. 대학에 입학할 때 내 목표는 똑똑한 대학생이 되는 것. 버킷리스트에도 적어놨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자랑스레 적어놓기만 하고 이때까지 그를 위한 어떠한 계획도, 행동도 없었다. 나이 좀 먹고 졸업장 받을때면 똑똑해지겠지 식의 거만함이 부끄러웠다.
이 거창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문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곳 신문사에는 내가 그토록 소원했던 똑똑한 사람들의 냄새가 가득 배어 있었다. 나보다 한 두 살 밖에 차이 안 나는 언니들이 유창하게 사설권과 배포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저마다 책상 위엔 사회계약론 같은 책이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지가 있고, 장난치던 오빠들도 완고 땐 밤을 새며 글을 쓰는 신문사는 1학기에 내가 느껴보지 못한 진지함이 있었다. 솔직히 우리 학교에 처음 왔을 땐 고등학교 때 공부깨나 한 사람들과 있으려니까 긴장되는 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수업에서 질문이라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시험 때만 경쟁적으로 중도에 틀어박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배신감을 느꼈었다. 내가 생각한 똑똑한 대학생은 그런 게 아니었다. 지식을 자랑하진 않지만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해도 멋있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네가 이제 막 신문사에 들어와서 착각하는 게 분명하다고 누군가는 비웃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처음 지면평가를 하면서 읽은 성대신문 1564호가 그랬고, 재취재 스트레이트를 쓰며 만난 편집장 언니가 그랬고, 부서브리핑을 할 때 질문했던 사회부 부서장 오빠가 그랬다. 편집회의, 취재, 기사 작성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내가 직접 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기자들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것도 만만치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개강을 앞둔 현재 나는 이제 이 대열에 끼어들 수 있는 자격을 가졌다. 워낙에 '압축적인' 수습기간이어서 그 사이에 더 똑똑해졌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마음가짐은 확실히 바뀐 것 같다. 잠정적인 3학기, 미친듯이 바쁘겠지만 버킷리스트에 한 줄을 긋기 위해 열심히 뛰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