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물목 - 중어중문학과 이준식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중국어에 '한쥐미(韓劇迷)‘라는 신조어가 있다. ‘한쥐(韓劇)’는 한국 드라마, ‘미(迷)’는 팬(fan)을 의미하니 ‘한국 드라마 광팬’에 해당한다. 이 ‘한쥐미’의 기원은 90년대 초반에 수출된 <사랑이 뭐길래>에서 비롯된다. 그 후 <가을동화>, <대장금>, 최근의 <별에서 온 그대>까지, 중국 대륙을 풍미한 한국 드라마 인기몰이는 지속되었다. 한쥐미 현상만을 놓고 보면 중국인들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건 부동의 사실 같지만, 수년 전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중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 50편 가운데 1위가 놀랍게도 <대장금>이었다.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 한때 시청률 50%를 넘기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일본, 미국 것도 그 대상에 들었는데 왜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 아마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즈음한 반한(反韓) 기류에 편승한 정서에서 빚어진 일시적 결과가 아닐까 싶다. 당시 중국인의 반한 정서는 꽤 심각했는데, 한국 모 방송의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사전 방영, 쓰촨성 대지진에 대한 한국인의 악플, 올림픽 성화의 서울 봉송 길에서 발생한 중국 유학생 폭행 사건 등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한쥐미 현상과 혐오 드라마 선정이라는 극단적인 현상이 공존한 적이 있었다.
또 다른 통계자료. 국영 신화통신사 산하의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중국과 국경을 함께하는 20개국 가운데 한국은 ‘좋아하지 않는 이웃 나라’ 1위로 40.1%를 차지했다. 2위인 일본조차 30.2%로 나와 있었다.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이 치열한 이즈음의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이야 꼭 이런 식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평소 중국인의 민족주의적 정서를 감안해본다면 한국에 대한 혐오도가 일본보다 높다는 건 다소 의외다.
이런 사례들은 사실 한중 관계에서 극단적인 경우에 해당하거나, 저급한 인터넷문화가 빚어낸 충동질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이런 현상을 접하면서 대중국 관계에서 우리가 한번 성찰해봐야 할 게 있다. 가까이로는 우선 각 대학의 중국 유학생 유치 문제로부터 출발해본다. 그 이유는 중국인이 반한 정서를 접하게 되는 경로에서 20%가 유학생을 통해서라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보고(2010년) 결과에 근거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유학생 중 한국에 체류한 기간이 길수록 반한 정서가 더 깊어지고, 어학 연수생보다 정규 학위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반한 정서가 더 크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시사점은 무엇일까? 결국, 대학이 온전한 유학생 관리 시스템을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위과정 유학생에 대한 학사 및 생활 관리를 보다 치밀하고 적극적으로 해야 함을 요구한다. 그들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함께 실질적인 배려 또한 확대되어야 한다. 물론 선결 조건이 있다. 국제화란 미명 하에 유학생의 언어 자질, 학문 소양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잉 유치에만 골몰해온 일부 대학의 행태를 근절하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유학생 확대 유치 정책[Study Korea Project]을 위해 쓴 엄청난 예산을, 대학이 -적어도 세계 일류를 꿈꾸는 국내 유수의 대학들이-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로 낭비해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8만 명에 달하는 중국 유학생이 친한(親韓)에 앞서 지한파(知韓派)가 된다면 13억 중국을 향해 한국을 대변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