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희준 기자 (choking777@skkuw.com)

‘사라지는 총여, 위기의 학내 여성주의.’ 처음엔 사실 각 대학의 총여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여학생 체육대회 등 좋은 취지의 사업을 하는 한양대 총여학생회를 인터뷰하려고만 했다. 내게 총여학생회 학생총투표는 여학우들이 총여학생회에 효능감을 느끼지 못한 결과일 뿐이었다.
하지만 취재를 시작하면서 내가 느낀 총여학생회는 학내에서 여성주의 문화 확산을 위해 고안된 기구였다. 백과사전에 나오는 여성주의는 여성 억압의 원인과 상태를 기술하고 여성해방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운동 또는 그 이론이다. 하지만, 남성인 나에게도 여성주의는 귀중하다. 여성주의의 정의에서 ‘여성’을 모두 ‘조희준의 성’으로 바꾸면 내게도 지식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여성주의는 ‘조희준의 성 억압의 원인과 상태를 기술하고 조희준의 성해방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운동 또는 그 이론’이 된다. 나는 남성이지만 키가 175cm, 평균 정도 된다. 하지만 키가 큰 남자들도 너무 많다. 180cm 넘는 친구들은 같이 걸으면 너무 비교가 많이 되 부끄럽다. 이게 내 성을 억압하는 것 같다. 나는 언제든 뛸 수 있는 운동화가 필요한데 가끔 깔창을 깔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여학우들이 하는 ‘페미니즘’은 조금 불편하다. 그 원인은 아마도 나보다 더 똑똑한 여성들에게 내가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WEF에서 발간한 성평등지수에서 우리나라는 거의 바닥을 치고, 30대기업 여성고용률도 30%이지만 취업률이 높은 대학에 다닌다 해서 취업이 되는 게 보장이 되지 않는다.
무한경쟁의 시대.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남자이기 때문에 내 여동생보다 공부를 더 잘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쌓여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학점 관리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런 내 사소한 불만은 거대한 구조와 충돌한다. 난 이걸 여성주의가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여성주의가 내 일상 속의 고민을 해결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