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섹스’를 도발해 위선의 가면을 벗기다
은밀한 ‘섹스’를 도발해 위선의 가면을 벗기다
  • 송윤재 기자
  • 승인 2014.11.02 14:55
  • 호수 15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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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스케치 - ‘Art & Sex #1 Sex + Guilty Pleasure’ 전

 겉으로는 성(性)에 대해 점차 개방되고 있는 요즘 세대에게 ‘섹스’는 어색하지 않은 단어가 됐다. 그러나 사회 규범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보수적 사회규범이 불러일으킨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은밀한 ‘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시가 있다. ‘아마도 예술공간’은 ‘Art & Sex #1 Sex + Guilty Pleasure’을 통해 외면적으로는 개방적이나 내면적으로는 부조리에 갇힌 한국의 ‘성 문화’를 향해 도발적 작품을 선보인다.

▲ 이흥덕 '엿보기' /한영준 기자 han0young@

 이름만으로도 색다른 사람들의 개방적 공간, 이태원. 그 길목 한적한 귀퉁이에 ‘아마도 예술공간’이 자리한다. 건물 2층으로 올라서면 시작되는 ‘신세계’는 관객을 압도한다. 50대 후반 이흥덕 작가는 젊은 시절 겪은 성문화 개방을 표현한다. ‘카 연인 2’는 일상 공간인 자동차 속에 뒤엉킨 연인을 담아낸다. 옷을 벗은 채로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듯 끌어안고 있는 연인. 직접적으로 섹스를 하지 않지만, 트렁크 열쇠 구멍에 꽂혀 있는 열쇠는 이들이 관계를 맺었거나 맺을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 옆에는 지하철에서 서로를 힐끗거리는 남녀가 등장한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일어나는 욕망을 담은 90년대 작품 ‘엿보기’다. 90년대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더욱 풍부해진 성적 욕망. 그러나 이를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사회적 규범이 완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관음증이 있는 사람처럼 서로를 엿보며 작게나마 욕망을 실현한다. 신문을 보는 척하며 남자를 엿보는 여자의 시선은 곧 남자의 하체로 향하고, 실눈을 뜨고 있는 남자는 슬쩍 손을 모아 성기를 강조하며 여자의 짧은 치마 사이로 보이는 속옷을 훔쳐보는 듯하다. 자동차는 성관계를 위한 장소로, 지하철은 그것에 대한 상상을 펼치는 공간으로 변하면서 숨겨진 욕구를 충족시킨다.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나, 욕망을 표출하고 싶은 위선적인 모습이 작품마다 녹아 있다.

▲ 이미정 'Landscape with Dildo' /한영준 기자 han0young@

  온통 분홍빛으로 가득한 전시실. 이미정 작가는 20대 젊은 작가답게 현재 우리 사회의 성문화를 파격적으로 담아낸다. 그녀는 여성용 자위 기구를 마치 장난감처럼 귀엽게 묘사한다. ‘딜도’를 아기코끼리처럼 그린 ‘Landscape with Dildo’를 보고 있자면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여성의 하체가 아닌 잔디밭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코끼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 흥겹다. 자위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규범에 암묵적으로 억제되기에 죄책감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여성의 자위는 남자의 그것과는 다르게 여전히 금기시되는 대상이다. 이를 하나의 놀이처럼 그려낸 작가는 성적 욕구를 억압하고 있는 사회와 개인을 고발하며, 관객은 이에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다. 작가는 얼굴을 그리지 않음으로써 작품의 대상을 자위 욕구를 갖는 모든 여성으로 확대한다.
 지하전시실은 충격적인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현상을 보여주며 개인의 억압된 욕망을 폭로했다면 이곳에서는 사회적 의미를 ‘성’이라는 그릇에 담는다. 인세인 박(Insane Park)의 비디오 아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가부장제의 관습이 남아있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보여준다. 검게 암전된 채 쌓여있는 두 개의 텔레비전. 위의 스크린에서는 화장실 칸막이에 가려진 여성이 소변을 본다. 그 밑 스크린에서는 한 남자가 떨어지는 소변 줄기에 라면을 먹거나 샤워를 하고, 피우던 담배가 꺼진다. 충격적이며 공포스럽기까지한 이 작품은 권위있는 남자라도 막상 그의 일상은 여자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남녀 관계를 보여준다. 남성의 권위가 아직 주류를 이루고 있는 사회, 그의 머리위에 올라가 소변을 보는 여성의 행위에서 그 어떤 말보다도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작게는 남성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크게는 남성의 권위를 짓밟고 일어서는 여성의 모습은 ‘여권신장’을 연상시킨다. 성의 표현을 금기시했던 때에 활동한 작가와 표현이 자유로운 시대에 작업하는 젊은 작가가 근본적으로 유사한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원천은 섹스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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