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나영 기자 (nayoung4798@skkuw.com)

‘고전’이란 단어를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를 엄숙함과 함께 두려움이 엄습한다. 한문 가득한 옛 고전을 발견한다면 아마 대부분 깜짝 놀라 덮어버리고 말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우리 고전을 현대어로 번역하고 대중들에게 알리는 사업을 벌이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고전번역원’이다. 그곳을 직접 방문해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자세히 들어 봤다.

 
한국고전번역원(이하 고전번역원)의 역사는 1965년 학계 원로 50명이 창립한 민족문화추진회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는 민족 주체성과 정통성 회복이 강력하게 요구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삼국유사 △연려실기술 △조선왕조실록 등 굵직굵직한 고전들이 활발하게 번역되기 시작했다. 이후 민간에서 이뤄지는 사업을 넘어 더 좋은 환경에서 빠른 번역 작업을 이루고자 2007년 정부공식출연기관으로 ‘한국고전번역원’이 설립됐다. 현재 구기터널 앞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고전번역원은 국가적인 번역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유일의 학술기관이다.
고전번역원에서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승정원일기 △일성록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문헌을 번역하는 사업에 가장 큰 관심을 둔다. 현재 조선왕조실록은 1차 번역이 완료된 상태로 재번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승정원일기와 일성록도 번역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일반 문집과 지도, 의궤 등을 번역하는 임무를 다 하고 있다. 이러한 고전 번역은 과거와 현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며 교수들의 활발한 학술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영화, 소설의 모티브가 돼 다양한 창작물들이 나올 수 있는 원천이 된다.
▲ 승정원일기 번역팀 연구원이 고전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김은솔 기자 eunsol_kim@skkuw.com

번역이라는 고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전문 인력의 수급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고전번역원에서는 고전번역교육원을 별로도 운영해 번역 인재의 교육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 7년가량의 전문 교육 과정을 받고 졸업한 학생들도 공식적인 번역위원 시험을 거쳐야 비로소 정식 번역 직원으로 일할 수 있다. 번역은 엄격한 과정을 거치고 전문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일이기 때문에 인력의 수급이 원활한 편이 아니다. 또한 고전번역원은 국가기관으로서 정부에 의해 총 인원 수가 고정돼 있기 때문에 번역 사업을 관리하는 행정 인력이 부족한 상황도 종종 나타난다. 대외협력실 최영록 위원은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본래 번역 일을 하는 사람들이 행정 일을 겸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지속적으로 정부에 인력 증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전번역원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번역 이외에 고전 대중화 사업을 펼치면서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의산문답과 열하일기 등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도서를 출판하고, 승정원일기의 가치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책 ‘후설’을 출간해 뜨거운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대학생 스스로 고전을 읽고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대학생 고전 독서 PT 대회’를 개최하고 매일 3만 명에게 고전 칼럼과 한시를 소개하는 ‘메일링 서비스’, 한문 고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한 ‘한문고전 자문 서비스’ 등을 꾸준히 제공하며 대중들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최 위원은 “우리 고전을 사랑하고 이것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에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전번역원이 추진할 다양한 활동들에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