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소 - 박지아(정외 12)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안전한 나의 공간을 얻기조차 힘든, 연애하려면 현질 S급 아이템으로 연애스펙을 맞춰야 하는, 취업시장의 치킨게임 속에 허덕내는, 20대 여성의 삶! 마치 한 턴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게임 같군요!?
지난 월요일부터 삼일에 걸쳐서 문과대 특별기구 여학생위원회에서는 페미니즘 문화제 <그녀의 마블: 20대 여성의 주거 연애 취업을 말하다>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서  많은 이들은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묻는다. 20대 대학생들에게, 그것도 성균관대를 다니고 있는 이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느냐는 것이다. 먼저 일차적으로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혹은 대학생의 일상적인 고민인, 연애나 성관계에서의 권력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페미니즘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선 물음은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학내 구성원 간의 일로 그 범위를 제한하는 방향이다. '20대 여성 대학생'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고민해볼 수 있다. 문화제에 다루었던 주거와 취업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주거의 경우, 서울에서 거주하는 청년의 주거 빈곤율은 36%로, 많은 청년들이 으슥한 골목에 있고 열악한 잠금장치가 달린 안전하지 못한 주거지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이러한 주거지는 오원춘 살인사건이나 스토킹 사건 등처럼 실제로 여성이 성폭력을 경험하는 공간인 동시에, 택배기사가 성폭력을 가한다는 여론의 과장된 보도 등으로 인해 여성으로 하여금 성폭력을 경험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더불어 '나이 어린' '여성'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했던,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실시한 인터뷰의 사례와 같이 권력관계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처럼 20대 여성이 겪는 차별의 지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오늘날을 살아가는 20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그 어려움을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문제점을 개선해나가지 위해서는, 현상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그 원인과 구조를 밝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순히 20대가 힘들다는 말을 넘어서, 그 원인이 신자유주의 때문인지, 권위주의 때문인지 등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녀의 마블>은 20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 중에서 '성'이라는 요소를 지적한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주거나 연애, 취업에서 여성이 겪는 어려움이 다른 이들이 겪는 그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페미니즘은 차별받는 현상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서 차별의 원인과 구조를 밝혀내는 실천학문인 까닭에, 그 구조를 살펴본다면 남성에 배타적이지 않다. 마치 문과대 특별기구 여학생위원회가 성폭력 사건에 대해 고민할 때 남성의 피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그 케이스에 대해 학습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