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민호 기자 (juvenile0223@skkuw.com)

떡볶이 아주머니, 붕어빵 아저씨.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지만 도시공간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 잡은 집단. 바로 노점상이다. 이들과 시민, 점포상인 간의 첨예한 대립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 기획에서는 우리 학교 인사캠 주변에 있는 종로지역 노점특화거리를 통해 노점상 관리 실태를 파악하고 노점상 문제의 원인을 진단한 후, 그 해법의 실마리를 부산에 위치한 부평깡통야시장을 통해 알아봤다.

▲ 노점상을 정리하고 난 후 깔끔해진 종로대로. 붐비는 도로는 녹지거리와 대비된다. /정현웅 기자 dnddl2004@

# 노점의 메카 종로대로 비우기
“어휴, 그때는 노점상이 정말 많았어요.” 종로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가 2009년 종로대로의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당시 종로대로는 600여 개의 노점상으로 북적였다. 유동 인구가 많아 노점상이 들어오기 좋은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늘어나는 노점상 때문에 통행하는 데 큰 불편을 겪었다.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단속원이 동원됐지만, 노점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종로구청은 ‘걷기 편한 종로대로’라는 표어 아래 새로운 노점상 관리 방식을 고안했다. 바로 노점특화거리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종로대로변에 있는 노점상들을 골목으로 이전하고 옮긴 장소에 특화거리를 조성하려는 목표를 두고 있었다. “멀쩡하게 장사가 잘 되는 대로변을 두고 왜 골목에서 장사를 시키려 하나요?” 종로구청 측은 특화거리 사업에 반발하는 노점상들에게 전기와 수도 시설을 지원하고 외부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점상들은 그 약속만 믿고 종로구청에서 마련한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 노점상들이 늘어선 녹차거리의 모습. 노점상을 찾는 행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현웅 기자 dnddl2004@

# 노점특화거리, 그곳엔 방문객이 없다
2010년 1월 탄생한 노점특화거리는 △빛의 거리 △젊음의 거리 △화신 먹거리 등 총 7곳이었다. 그러나 노점특화거리의 노점상들은 대부분 장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 1일,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창경궁로에 위치한 ‘녹지 거리’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뜸했다. 녹지 거리는 종로3가역에서 15분 이상을 걸어야 나타나는 곳인 만큼, 손님을 끌기 위해선 지자체의 적극적인 외부 홍보가 필요한 곳이었다. 그러나 ‘50m만 더 가면 만물상 거리(녹지 거리의 이전 명칭)’임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이 종로대로에 위치할 뿐, 녹지 거리 입구에는 이를 소개하는 간판조차 없었다. “특화거리가 처음 생길 때만 방문객들에게 전단을 돌렸어요.” 여기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허영자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1990년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더는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남편과 자녀 셋을 부양하기 위해 노점 장사를 시작했다. 종로대로에서 장사할 당시에는 단속은 잦았지만 그래도 가족을 부양할 만큼의 돈은 벌 수 있었다. 그러나 녹지 거리로 이전한 후 상황이 달라졌다. “아는 사람들만 이따금 찾아오고 있어요.” 녹지 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유득일 종로노점상연합회(이하 종노련) 전 대표의 주도로 대나무 공예품을 선보이려고도 했지만 손님을 모으는 데에는 실패했다. 하루 수입은 3만 원 가량. 그녀의 빚은 점차 늘어났다. “지금 형편으로는 밖에 나가서 가게도 차릴 수 없어요. 언젠가는 나아질 거란 마음가짐으로 버텨나가고 있죠.”

▲ 지난달 28일, 종로지역 노점상들이 종로구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페이스북

#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장사를 포기하고 도시빈민이 된 노점상들도 속출했다. 인사동 일대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던 강성광 종노련 사무국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하루에 2~3만 원밖에 벌지 못하자,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노점을 자주 비운 채 막노동을 해야만 했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특화거리 노점상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연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단체로 종로구청 앞에서 연 집회만 10여 번. 그때마다 종로구청 측은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답변했다. “그래봤자 아직 달라진 건 없어요.”
종로구청 역시 곤란한 상황이긴 마찬가지다. “점포상인들의 눈치가 보여서 적극적으로 노점상들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어요.” 노점상과 점포상인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건설관리과 측도 이를 해결할 방안이 여의치 않다고 말한다. 그렇게 노점상 관리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노점상과 종로구청 간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