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민호 기자 (juvenile0223@skkuw.com)

부평깡통야시장의 내부. 깔끔하게 정돈된 가판대들이 줄지어 있다. /손민호 기자 juvenile0223@

노점상은 도시빈민의 생존 수단의 하나로 전 세계 어느 도시지역에서나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이후 도시공간에 본격적으로 노점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시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늘어나는 인구수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도시빈민이 발생했고, 이들은 생계 수단을 마련하고자 노점을 차렸다. 이렇게 발생한 노점상은 1970년대 중화학 공업화가 추진되며 그 수가 급증했다. 경공업 중심의 미숙련 노동자들이 직업을 잃고 도시빈민이 됐기 때문이다. 그 후 점차 노동력이 고급화되고 일자리도 늘어 노점상 수가 잠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외환위기로 그 수는 다시 증가했다. 김준희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극심한 경기 침체로 실업자와 불완전 취업자가 늘어 빈곤층의 범위가 확대된 까닭”이라고 말했다.
거리로 몰려드는 노점상이 많아지자 이들과 점포상인, 그리고 시민들 사이에 마찰이 빚어졌다. 홍인옥 도시사회연구소 소장의 연구에 의하면 노점상과 특히 첨예하게 대립하는 집단은 점포상인이다. 이들의 주된 갈등 요인은 취급 품목과 입지다. 점포상인은 인접 지역에 동일한 품목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입지할 경우 매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경우 보행권 침해와 더불어 위생 문제로 갈등이 나타난다. 홍 소장은 대체로 노점은 전기와 수도 시설이 미비한 까닭에 세척 환경이 열악하다며 이 때문에 공중위생 및 거리 미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는 노점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노점 행위를 명시하는 법률 조항은 없지만, △도로법 38조 ‘도로의 구역에서 공작물이나 물건, 그밖의 목적으로 도로를 점용하려는 자는 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식품위생법 △오물청소법 등 노점상을 규제하는 다양한 법률 조항이 존재한다. 여태까지 여러 지자체는 해당 지역에 민원이 많이 들어올 때나 국제적인 행사가 있을 때마다 단속을 하고 해당 법률을 근거로 철거 명령을 내려왔다. 이는 때때로 난투극으로 번져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2일에는 강남역 인근에서 노점 철거 문제를 놓고 강남구청 직원과 노점상이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노점상 2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종로구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들은 불시에 이뤄지는 노점상 단속과 철거 명령을 줄이는 대신 노점 관광명소를 만들고 이들을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노점상을 둘러싸고 첨예한 이해관계가 형성돼 있는 만큼, 그 문제를 해결하는 건 쉽지만은 않다. 부산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부평깡통야시장은 이런 노점상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부평깡통야시장은 지난해 10월 개장한 국내 최초의 상설 야시장이다. 부산광역시 중구청 경제진흥과 관계자는 “원래는 침체된 부평깡통시장을 활성화하고 이곳을 관광명소로 만들려는 목적이었다”며 “노점상이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야시장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야시장을 도입하는 게 순조롭지 않았다. 식품위생법과 도로법은 전통시장 내에서도 노점상이 음식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광역시와 중구청은 관련 법령에 대해 적극적으로 중앙부처의 자문을 구하고 해석을 받아내 문제를 해결했다. 전통시장 구역 100m 거리 이내에서 가판대를 들일 수 있도록 시설 기준을 완화하는 특례를 제정한 것이다.
기존의 부평깡통시장 상인들의 반발도 있었다. 시장 안에 노점상이 들어오는 걸 꺼렸던 이유에서다. 중구청은 노점상과의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생길 것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설득했고, 외부 홍보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존 부산지역 일대에서 장사하던 노점상을 포함해 저소득층을 위주로 모집한 야시장 상인들에게 가판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의 지원도 있었다. 부평깡통야시장은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부평깡통시장은 평일에도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만큼 성공적인 야시장이 됐다. 입구부터 ‘부평깡통야시장’을 소개하는 큰 전광판이 있고 내부에도 화려한 조명 장식들이 가득하다. 가판대 역시 깔끔하게 진열돼 있다. 이곳에는 케밥, 타코야끼, 해물빵 등 각종 먹을거리들을 팔고 있다. 액화질소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성윤철씨는 “액화질소 기계 등을 구비하느라 초기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장사가 잘 된다”며 “이곳이 관광명소로 성장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다른 노점상들도 현재 매출에 만족감을 표한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점포상인들 역시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중구청 경제진흥과 관계자는 앞으로 야시장을 확대해 노점상을 추가로 받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부평깡통야시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노점상과 점포상인이 상생할 수 있다는 지자체의 확고한 신념과 지속적인 지원이 있다. 노점상과 점포상인 간에 판매 품목이 중복되지 않도록 자발적으로 회의를 통해 조정하는 등 서로 협조하는 분위기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중구청 경제진흥과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노점상이 없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면서도 “노점상, 시민, 점포상인이 공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