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문평 기자 (arch_eliot@skkuw.com)


▲ 지난 10일 수원 낙남헌에서 열린 효 토크 콘서트에서 패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원효문화원 제공

최근 우리 주변에서 효행이나 효 사상에 대한 담론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 이후 유교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20세기의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유학의 근간을 차지하는 효에 대한 인식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실제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산업화·도시화를 동반한 핵가족화로 가족 구성원의 감소와 더불어 가족주의의 해체가 이뤄지고 있다. ‘통계청 2010 전수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는 1980년 95.2%에서 2010년 76.1%로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1인 가구 비율 역시 2010년에 23.9%로 집계돼 지속적인 증가 양상을 보이는 등 기존의 핵가족 체제마저 소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가족을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는 수많은 존속 범죄들을 이러한 사회적 변화가 초래한 결과물로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가 이기주의의 발호나 공동체의 붕괴로 단순 해석하기는 어렵다. 권용혁 울산대 교수는 오히려 이를 기존 ‘한국형 가족주의의 변화’로 설명하며 가족주의의 내용이 변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그동안 한국형 가족주의가 지니고 있던 효의 강요 및 권위주의는 민주사회 질서 속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으며 가족 내부의 관계에 있어 시민 주체들은 수평적 관계질서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의 많은 소규모 가정에서는 맞벌이 경제구조나 서로 다른 생활패턴으로 인해 부부 중심의 삶이나 상호 자아실현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사회 차원에서 시민을 길러내는 기본 단위인 가족에 대한 인식을 재편성해 기존 가족주의나 효 사상의 긍정성은 살리되,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으로 구성된 가족 윤리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 권 교수의 주장이다.
이러한 생각과 유사하게 최근 사회 변화에 걸맞은 가족 윤리와 효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존재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새로운 효 문화 전파에 대한 자각이 일어나면서 지난 2007년 ‘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령’이 제정된 바 있으며 한편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효행 장려를 위한 조례나 규칙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해당 법령을 배경으로 설립된 ‘성산효대학원대학교’에서는 효학·효교육학과를 설치해 효 사상에 대한 새로운 연구 및 실천을 위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편 효행 문화 전파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시민단체가 수원시에 위치한 ‘수원효문화원(이사장 진철희)’이다. 2004년 ‘효사상연구회’라는 단체로 시작한 수원효문화원은 기존의 가족주의적 관점이 아닌 세대 간의 소통에 기반을 둔 효행 실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원효문화원에서는 지난달 10일 수원효문화원에서는 효 관련 토크 콘서트를 개최해 1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효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또한 ‘효행교육지도사’ 교육과정을 마련해 수원지역 각 급 학교에 효행 관련 특별활동을 지도할 수 있는 전문가를 배출해 현실 속에서 기능할 수 있는 효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단순히 전통적 가치로서 사장될 뻔했던 효 사상은 최근 각계의 노력을 거쳐 재탄생하고 있다. 효 사상이 이전에 지니고 있던 구태의연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현대사회를 융성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로 발돋움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