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우리 학교 공과대학(이하 공대)과 예술대학(이하 예대) 학우들이 비싼 등록금에 비해 불만족스러운 실험 및 실습 시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실험실습비(이하 실습비) 사용내역에 대한 공지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대와 예대에선 실험 및 실습이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단과대보다 등록금이 비싸지만, 학우들은 그 혜택을 체감하고 있진 않다. 전자전기공학부 한 학우는 “실험 데이터 측정 장비가 전반적으로 오래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불편한 실험 시설을 지적했다. 익명의 미술학과 학우는 “실습 장비가 고장 나도 돈이 없다며 고쳐주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의상학과 학우는 “실습실에 재봉틀 수가 너무 부족해 사비를 들여 구매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듯 실습 환경이 미흡함에도 공대와 예대 학우들은 인문·사회계열 학우들보다 100만 원가량 더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다. 학교에서 단과대에 배분하는 실습비는 예산기획팀에서 정한 산출 공식을 통해 정해진다. 실습비는 ‘학생 수 곱하기 단가’의 공식을 통해 산출되고 여기서 단가를 정하는 데 계열별 등록금의 차이가 반영된다. 이외에도 단가를 산정하는 기준엔 다양한 근거가 있다. 하지만 예산기획팀 측에선 계열별 정확한 단가와 단가를 산정하는 근거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예산기획팀 관계자는 “단가와 그 근거가 알려지면 계열 간 논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습비의 정확한 사용내역 또한 알기 힘들다. 우리 학교에선 결산공고를 통해 실습비 지출총액을 공개하지만 사용내역은 공개하지 않는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따라 예결산공고를 하되, 실습비 사용내역을 반드시 공개할 필요는 없다. 예산기획팀에선 “실습비를 단과대에 배분할 때 사용범위에 관한 지침을 주고 자율적으로 운용하게 한다”며 “각 단과대의 지출내역 공개에 관여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실습비 사용내역 공개는 의무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실습 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학우들 사이에선 실습비 사용내역을 공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단과대 차원에서 학우들이 접근할 수 있는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 등에 실습비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전자전기공학부 학우는 “매 학기 실습비로 지출되는 돈은 적은 돈이 아니기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당연히 사용내역을 게시판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예대 학생회 측은 “사용내역이 학우들의 접근성이 좋은 공지사항에 공개된다면 좋겠다”고 공지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한편, 중앙대 컴퓨터공학부와 숭실대에선 학생들이 실습비 사용내역을 공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중앙대 컴퓨터공학부에선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에 실습비 사용내역을 공개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 숭실대의 경우 학생들이 총학생회 사무실을 방문해 실습비 사용내역을 공람할 수 있다. 김주영(기계 09) 숭실대 총학생회장은 “실습비가 방만하게 쓰이는 것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며 공개 이유를 밝혔다.
우리 학교 단과대에서도 실습비 사용내역 공개의 필요성을 일부 공감하고 있다. 공대 행정실 관계자는 “학과 내에선 교수님들과 교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다”며 “학우들이 정보공개 청구제도를 활용해 공개를 요청한다면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대 행정실 관계자 역시 “정보 공개를 요청한다면 열람하게 해줄 수 있다”며 “공지사항에 게시하는 부분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