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한국 사회의 많은 공공 의제가 그렇듯이 대학 ‘반값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어느덧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등록금을 내야 하는 대학생들이나 등록금에 재정 대부분을 의존하는 대학 당국들에 이 문제는 여전히 중요하다.
반값등록금정책의 기조는 1년에 대학생들이 내는 등록금 총액 14조 가운데 7조를 정부와 대학들이 장학금 형태로 지급하여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이 7조의 4조는 정부가 2015년까지 국가장학금 예산에 편성해 부담하고, 나머지 3조는 대학들의 교내 장학금을 늘리는 방식을 독려하여 마련한다는 발상이다. 소득과 연계된 국가장학금은 점차 늘어나 2014년 약 3.46조 원 예산이 편성되었고, 대학의 등록금 동결과 교내 장학금 확충 노력을 평가하여 대학별로 예산을 지원하는 대학 경유 지원금은 줄어드는 추세라 한다. 전체 대학들의 장학금 지원 증대 규모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실제 대학들이 맡기로 한 장학금 확대지원을 통한 등록금 인하가 효과를 내고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대학들은 대학들대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아 장학금을 늘리는 일이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이는 대학재정확충이란 별도 의제로 다루고 일단은 어떻게 장학금 지급 확대를 통해 등록금의 실질적 인하 효과를 가져오느냐에 논의가 모아져야 한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이나 인하 노력을 끌어내기 위해 심지어는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대학을 통해서 정부가 장학금을 일부 보전해주는 방식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대학 자율성을 해치는 행정은 원칙적으로 피하는 것이 옳다. 또한 대학경유 정부 지원액이 작다면 그 인센티브 효과가 미미할 것이며, 수반하는 감독 및 평가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장학금은 일정 요건을 충족시킨 국가장학금 대상 대학생이 등록한 대학으로 지원금이 직접 지급되도록 중앙에서 시스템화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정부는 가난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더 지급하기 위해 2014년 현재 하위 2분위까지는 국가장학금 지원액 450만 원의 100%를, 3분위에서 6분위까지는 75%에서 25% 사이로, 7분위 이상은 15%를 지급하고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상위 가구소득 대학생에게도 굳이 장학금을 작은 비율이나마 지원하는 것이 맞느냐이다. 대학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닌 이상 고등교육의 과실을 얻을 수혜자가 우선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반값등록금 도입의 본래 취지가 가난한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하위 소득층 대학생 자녀에게 제한된 자원이 집중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국가장학금의 또 하나의 논란거리는 성적기준이다. 학생들이 등록금 부족분을 채우고 생활비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시간 부족으로 학점이 낮아지니 아예 성적제한을 풀자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B제로 이상의 성적기준이 1회만 C학점을 허용하는 경고제로 한차례 완화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장학금을 받는 대학생이 공부를 게을리해 학점을 나쁘게 받았다면 납세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모럴 해저드(Moral hazard)의 문제를 야기할 성적기준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해외 대학의 장학금이 그렇듯이 등록금과 최소한의 생활비를 합친 장학금을 지원하되 대신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한정하고 일정 정도의 성적기준은 엄격히 요구하는 방안이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각 대학이 지급하는 교내 장학금에 대해 생각해보자. 대학 등록금에 대해서는 대학은 전체 등록금 총액의 10% 이상을 등록금 면제나 감액에 써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고 한다. 재정상태가 양호한 주요 사립대들의 경우 이 비율이 높을 것인데, 우리 대학의 경우 18%를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교내 장학금이 누구에게 쓰여지느냐다.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주요 사립대학들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장학금을 특정 학과로 집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대학의 경우를 보면 장학금을 생활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지급하는 것과 생활형편과 무관하게 본인의 재능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이 있다. 학생이 입학원서를 낼 때 부모 또는 재정 보증인이 소득을 철저히 보고하고 이를 심사하는 사설기관이 있다. 이를 통해 상류층 학생의 장학금 지원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미국 동부의 유수 H 대학은 부모 소득이 6만 달러 이하인 입학생의 경우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듣고 있다. 가정형편이 넉넉해도 재능이 특출한 학생들은 별도의 메릿 베이스 장학금(merit-based scholarship)을 신청하면 된다. 우리 대학들도 기부자가 만들어 준 장학금 종류를 이런 메릿 베이스 장학금으로 늘려가고 대신 일반 장학금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짜이면 좋겠다. 장학금 배정을 통해 특정 학과의 커트라인을 올리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놓고 보니 가정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일반적 원칙이 보다 광범위하게 지켜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