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이 흐르는 ‘달콤한’ 그의 도시
꿀이 흐르는 ‘달콤한’ 그의 도시
  • 송윤재 기자
  • 승인 2014.11.16 17:42
  • 호수 15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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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양봉가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 인터뷰

어린 시절 벌에 쏘여본 경험이 있다면 ‘윙~’하는 소리에도 질겁할 것이다. ‘양봉’을 한다고 하면 인상 좋은 시골 할아버지가 벌통을 들고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가, 그것도 도시에서 꿀벌과 함께 산다는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살기 좋은 도시 환경을 만들고, ‘쉬운’ 환경운동을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꿀벌 전선에 뛰어든 도시양봉의 선구자가 있다. 찬바람이 불던 지난 12일 아침, 명동 유네스코회관 옥상에서 어반비즈서울 박진 대표를 만났다.

▲ 정현웅 기자 dnddl2004@

33살 젊은 나이에 직장도 그만두고 도시양봉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전라북도 부안에서 대학을 위해 상경했다. 원래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도시라는 환경이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귀농을 생각했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귀농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도시를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양봉을 생각했다. 양봉을 배우기 위해 직장에 다니면서도 양봉업자를 따라다니고 논문과 책을 찾아봤다. 사실 꿀벌은 도시나 시골의 환경 차이만 있을 뿐 살아가는 방식은 동일하기에 생각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 박진 씨가 벌집을 꺼내 벌들을 구경시켜 주고 있다. /정현웅 기자 dnddl2004@

다른 환경 운동도 많을 텐데 왜 양봉을 선택한 것인가.
보통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딱딱하게 생각하는데, 꿀벌로 환경운동을 시작하면 선입견도 깨고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양봉을 통해 접근하니 환경에 대해 더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다. 꿀벌은 ‘환경지표 종’이기에 꿀벌이 산다는 것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서대문구청에서 키우던 벌들이 가로수 농약 때문에 전부 죽은 적이 있다.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유해한 농약이 사용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런데 언제, 얼마만큼 뿌렸는지 알 수 없어 구체적 사용내용을 알기 힘들었다. 꿀벌이 단체로 죽을 정도면 분명히 사람들도 농약을 마셨을 것인데 그 양을 모르니 심각성을 알 수 없었다. 이번 경험으로 꿀벌이 도시 환경에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분이 공감해주셨다. 양봉은 도시의 녹지화를 이루는데도 도움 된다.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양봉은 ‘고정양봉’이다. 고정양봉은 벌집 주변에 밀원식물을 심어 꿀을 채취 할 수 있는 꽃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양봉은 밀원식물이 많아져 도시를 푸르게 만들 수 있다.

‘어반비즈서울’에서 만드는 꿀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우리는 ‘숙성꿀’을 만든다. 1년에 벌집 당 수확량은 5~10kg으로 적다. 기존의 양봉은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꿀이 축적되자마자 금방 수확한다. 수확한 후, 상품화를 위해 수확한 꿀에 열을 가해 수분을 증발시킨다. 그런데 꿀에 열을 가하면 좋은 성분이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숙성꿀은 벌들이 스스로 45일 이상 숙성시켜 만든다. 벌들은 90회 이상 먹었다 뱉었다하는 ‘전화(轉化)’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꿀의 자정작용이 이뤄지고 꿀이 효소들과 결합하며 좋은 성분이 만들어진다. 생산량은 일반 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른 품질 좋은 꿀을 생산하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다.

▲ 박진 씨가 도시양봉가들과 꿀을 수확하고 있다. /ⓒ어반비즈서울 제공

‘도시 양봉가 양성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는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두 달 과정으로 6기까지 진행됐다. 기존 양봉업은 기술적 부분에만 특화돼 꿀벌의 습성과 생태에 대해 알려주지 못한다. 그래서 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항생제와 농약을 쓰는 부분이 있다. 이를 개선하고 자연 상태 그대로 양봉을 하고자 꿀벌의 생태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양봉은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낮아 전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배우러 찾아온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독수리 오 형제’, 새로운 분야를 먼저 접해보고 싶은 ‘얼리어답터’, 전업양봉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머니머니’가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도시양봉을 널리 알리고 지지자를 만들려는 것이다. 도시양봉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 교육을 줄이고 환경과 문화 쪽에 더 집중할 것이다.

‘어반비즈서울’은 사회적 기업인 것으로 아는데,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 공식적으로 사회적 기업인 것은 아니다. 현재는 소셜 벤처로 등록돼있고, 고용노동부에서 지원받고 있다. 내년에 ‘산림형 예비 사회적 기업’을 신청해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아직 걸음마를 떼는 단계라 교육과 생산에 집중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2차 상품으로 범위를 확대할 것이다. 화장품이나 베이커리를 비롯해 밀랍을 이용한 양초나 크레파스도 염두에 두고 있다. 향후에는 문화산업분야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작년에 유명 비보이와 협력해 꿀벌을 형상화한 공연을 했었다. 반응은 좋았으나 아직 회사의 기반이 다져지지 않아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문화행사를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꿀벌에 대한 이미지가 친화력이 있기에 누구에게나 다가가기 쉽다. 이를 통해 환경에 대한 의식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어반비즈서울’이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알고 싶다. 그리고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게으른 양봉’이 우리의 모토다. 양봉은 크게 욕심내지 않고 놔두면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둘러보면 되고, 겨울에는 알아서 잘 지낸다. 둘러 볼 때도 잘 지내는지 체크만 해주고 추워질 때는 간단한 월동준비를 해주면 된다. 노들 벌에서 양봉을 시작했을 때는 말벌과 진드기의 공격받은 적도 있었고, 병에 걸려서 벌들이 다 죽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2년째로 접어든 지금은 여타 큰 사고 없이 지내고 있다. 대학생들은 양봉이 육체노동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힘든 노동이 거의 필요하지 않고, 작은 노동은 오히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더욱이 젊은 사람들이 없어서 양봉은 ‘블루오션’이다. 양봉전문가들이 은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이가 나서면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신다. 그만큼 폭도 좁아 양봉가들 사이에 끈끈한 네트워크가 구성된다. 아직 젊기에 일단 저질러 보는 도전정신을 가져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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