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건호 기자 (rheegh95@skkuw.com)

 

▲ Ⓒ네이버 책

한국샘물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수시장은 판매가 허용된 1995년부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생수시장이 6000억 원을 넘어서며 약 350톤의 생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생수는 과연 안전할까? 책 『생수, 그 치명적 유혹』은 이 의문을 제기하며, 향후 우리가 마실 물의 미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피터 H. 글렉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며 생수가 수돗물의 대안으로서 적합하지 않음을 말한다.

첫 번째로 생수와 수돗물에 적용되는 수질기준은 공중 보건적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성분상으로 수돗물과 생수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생수의 부실한 관리 방식을 지적하며 생수의 안정성에 의심을 품는다. 우리나라의 수돗물 관리기준은 선진국 이상으로 매우 엄격하다. 국가에서 지정한 58개 기준항목을 바탕으로 각 지역별로 별도의 120~250개의 항목을 기준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WHO가 정한 163개 기준보다 많다. 반면 ‘먹는물 관리법’에 의하면, 생수의 수질 검사는 생수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진행토록하고 있다. 수질 기준을 초과했을 경우 업자는 스스로 조치를 취한 후 1주일 내에 시·도지사에게 통보만 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생산 및 작업일지의 보관 의무도 겨우 3년에 불과해,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원인을 찾기 어렵다. 서울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처장은 “최근 시중에 유통 중인 46개의 생수를 검사해보니 28개의 제품에서 일반 세균이 검출됐다”며 “생수에 관한 제대로 된 수질 관련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생수 제조사는 소비자들에게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심었다. 지난 7월 YMCA가 수돗물 맛 검사를 위해 블라인드 및 오픈 테스트를 수행했다. 블라인드 테스트의 경우 수돗물의 선호도가 59%로 정수기에 정수된 수돗물 및 생수에 비해 월등히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수돗물인 것을 공개한 후 조사한 오픈 테스트에서는 수돗물에 대한 선호도가 5%로 매우 낮게 측정됐다. 이 결과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수돗물 맛은 지난 2012년 세계물맛대회에서 세계 7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가정의 수돗물 음용률은 5%로 최하위였다. 이외에도 생수의 맛이나 깨끗한 수원지라는 이미지를 생수 제조사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었다. 한 사례로 미국의 ‘에베레스트’ 생수엔 에베레스트 산을 연상시키는 눈 덮인 산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림과는 달리 수원지는 텍사스 남부였다. 우리나라 생수제조자들 역시 깨끗함의 이미지로 산을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3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백두산 △지리산 △한라산을 수원지로 하는 생수 브랜드를 만들어 경쟁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생수를 담는 페트병에 대한 문제점이다. 페트병의 개발은 생수 사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핵심 요소다. 물을 쉽게 운반할 수 있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론대로라면 페트병은 재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2007년 PET용기협회 발표에 따르면 56억 파운드의 페트병 중 고작 14억 파운드만 재활용되며 재활용률이 25%에 머물렀다. 재활용이 어렵다는 비판에 생수업계는 페트병의 ‘경량화’에 집중했다. 경량화는 생산비와 선적에 드는 에너지, 플라스틱 대량 매립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재활용률을 높이거나 매립장으로 향하는 플라스틱의 부피와 숫자를 줄일 수 없었다. 소각 또한 대기오염 문제로 전가될 뿐 실질적인 환경오염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엇보다도 ‘물’은 재생 가능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제한된 자원이고 공공재라는 자원적 특성임을 인식해야한다. 이와 함께 △기술의 적극적 활용과 경제학적 대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규제 △의사 결정 과정에 폭넓은 대중 참여 등의 방법을 총동원해 물의 사용과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