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지석 기자 (jskchoi920@gmail.com)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은 전 지구적으로 공론화됐지만, 여전히 그 해결을 위한 노력은 미진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세워왔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염증을 느끼고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하는 운동이 있다. 바로 ‘빅애스크(Big Ask)’ 운동이다. 빅애스크의 지지자들은 이전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 11월 5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변화대응기본법 발의 기자회견 ⓒ빅애스크 네트워크 사무국 제공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정책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하에 지난 6월 2일, 2005년 대비 2020년까지 17%, 2050년까지 83%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지난 12일, 중국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감축계획과 같은 내용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합의하며 이에 동참하게 됐다. 이외에도 덴마크, 핀란드 등의 국가가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제정하는 단계에 있다.

이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국가는 영국이다. 법 자체의 강도도 강하지만,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기후변화법 제정 캠페인인 빅애스크 운동 때문이다. 2005년, 환경단체인 ‘Friends of Earth’ 영국지부가 록 밴드 ‘라디오헤드’와 함께 이전의 기후변화법과는 다른 법안을 제시했다. 이 법안에 대해 17만 명 이상이 서명운동에 동참했고, 646명의 의원 가운데 412명의 의원이 동의 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2006년 11월, 영국의 노동당 정부가 세계 최초로 장기 감축목표를 담은 기후변화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고, 2008년에는 입법에 성공했다. 이렇게 통과된 법에 따라 영국은 현재 △2050년까지 1995년 대비 80%를 감축하는 전례 없는 온실가스 장기감축목표 △기후변화위원회 설치 △기후변화적응 프로그램 기획 및 성과 보고 등의 기후변화 정책을 펴고 있다.

빅애스크 운동은 이처럼 시민들이 전에 비해 강도가 높은 기후변화법을 서명운동 등을 통해 의회에 압력을 넣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참여자들은 국가 정책 추진에 있어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다소 소홀히 여겨지는 경향에 반발한다. 결국,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하는 것을 최종목표로 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하반기부터 빅애스크 운동이 시작됐다. 현재까지 정부에서 온난화 방지 대책으로 삼고 있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우선,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감축에 책임을 지기 시작하는 2020년 이후의 장기목표가 없다. 현행법은 또한 ‘배출 전망치의 30%’라는, 수시로 바뀔 수 있는 모호한 목표치를 가지고 있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온실가스의 감축에만 집중하고 기후변화 상황에 ‘적응’한다는 조항이 단 하나밖에 없다는 점도 심각한 결함이다. 감축만으로는 지구온난화를 적절하게 막을 수 없다는 것이 IPCC 보고서를 포함한 그간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는 우리나라가 2011년에 2020년 목표 감축량이었던 5억43톤을 이미 초과하며 더욱 명백해졌다. 현행법의 한계에 따라 우리나라의 빅애스크 운동에서 지지하는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은 2020년까지 2005년 배출량 대비 4%를 줄이는 절대적인 기준을 책정했다. 또한, 2050년까지는 2005년 대비 50~80%를 줄이는 장기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 감시 예측 △기후변화 영향 및 취약성 평가 △기후변화 적응 대책 추진 등의 항목을 통한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지향했다.

우리나라의 빅애스크 운동은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현재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은 62명의 국회의원들이 공동 발의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총 4만 5천여 명의 시민들이 서명 운동에 참여해 동의 의사를 표했고, 온라인으로 진행된 의견 건의에도 수천 명이 참여하는 등 그간의 우리나라 환경 운동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기후변화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빅애스크 운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민 분들이 온실가스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기후변화대응법이 제정돼 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