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지석 기자 (jskchoi920@gmail.com)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진부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그에 대한 대응은 과연 효과적이었을까. 지난 10월 말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40회 IPCC 회의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더 나아가, 이들에 따르면 210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히 없애야만 지구의 위험 상태를 막을 수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한 최근의 연구와 진정한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운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구는 하나뿐이며, 우리는 전 지구 차원의 비상사태에 처했다.” 환경 운동가 엘 고어의 대표작 ‘불편한 진실’의 문구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모두에게 익숙해진 전 지구적 비상사태다. 이는 비교적 오래전부터 나타난 현상이었고 그 실체가 밝혀진 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은 여전히 미진하고, 그 사이에도 환경은 계속해서 파괴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열린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이하 IPCC)’ 제40회 총회에서 채택된 IPCC 제5차 종합보고서와 이전에 발표된 세 편의 실무그룹 보고서는 이런 사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IPCC는 기후 변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탄생한 UN 산하 정부 간 협의체로, 전 세계 195개국이 회원으로 등록돼있으며 각국의 과학자들이 참석해 △기후변화 추세 및 원인 규명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학적·사회경제적 영향 평가를 제시한다. 올해 IPCC 산하의 총 세 개의 실무그룹에서 보고서가 각각 발간됐고, 그 내용을 통합해 채택된 것이 제5차 종합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지구의 온도 상승과 이산화탄소의 관계 △해결하지 않을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지구온난화, 그 책임은 인간에게

이번 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의의 중 하나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정했다는 것과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는 것이다. 올해 2월에 발간된 실무그룹 1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33년간 평균 온도는 0.86℃, 해수면 높이는 평균 0.19m 상승했다. 그 원인은 이산화탄소에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1년을 기준으로 할 때, 18세기 산업화 이후 40% 이상 증가했고 이 영향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여 1983년에서 2012년 동안이 가장 더웠던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인간 활동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95%로 드러나며 지구온난화의 책임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안전하게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구 평균 기온이 2℃ 이상 올라가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만일 우리가 감축 노력 없이 화석연료를 계속해서 사용할 경우, 20~30년 내로 지구 온도 상승치가 이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그 이후에도 온실가스의 감축 없이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21세기 말 지구의 평균기온은 1986년~2005년에 비해 3.7도 오르고, 해수면은 63cm 상승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뉴욕이나 상하이 등 세계 주요 해안도시가 모두 수몰되는 수치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관리공단의 모의실험에 따르면 해수면이 약 50cm 올라갈 때 여의도의 11배에 해당하는 면적이 수몰된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이를 막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천억 톤 이내로 명시했다. 그러나 2011년 기준으로 이미 5천억 톤 이상이 축적돼 더 이상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멀지 않았으며, 우리가 대응을 지체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기후변화시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명확하지만, 해결방안은 불투명하다. 실무그룹 2의 보고서에서는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지 못 할 경우, △농업 생산성 저하 △사회기반시설과 핵심 공공 서비스의 와해 △장기간 혹서로 인한 질병 및 재해의 위험 △해수면의 상승 △홍수 및 폭풍 등의 자연재해와 같은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나타날 것이 분석됐다. 특히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 홍수로 인한 사회기반시설 파괴 등이 주요 위험으로 드러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실무그룹 3의 보고서에서 제시됐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은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으로 나눌 수 있다. 이전에는 온실가스 배출 자체를 감축하자는 논의가 주로 이뤄졌으나, 이번 보고서에는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고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개발하는 등 인간이 기후변화 상황에 ‘적응’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CCS는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장해 공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는 화석연료를 계속해서 사용하면서도 지구의 온도 상승은 일부분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로서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대안이 사실상 신재생 에너지 이용비중 증가와 온실가스 감축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