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을 굴리는 유생들 - 민신홍(경영 09) 학우

기자명 김은솔 편집장 (eunsol_kim@skkuw.com)

“성균관대 학생이면 ‘읍’합시다!” 지난 건기제, 인사캠 경영관 앞에서 병풍을 배경으로 유생들의 전통 인사문화인 ‘읍례’를 소개하는 유생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만의 독특한 대학문화를 만들겠다’며 나선 그들,  '성균관대 유생문화기획단' 민신홍(경영 09)학우를 만났다.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캠퍼스 내에서 유생복을 입고 활동하는 게 독특하다. 어떻게 ‘성균관대 유생문화기획단(이하 기획단)’을 기획하게 됐나.

우리 기획단은 성균관의 전통 유생 문화를 재현함으로써 우리 학교만의 독특한 대학 문화를 만들어 가려는 학생자치 단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막연하게 문화 콘텐츠 면에서 가치 있는 대학에 진학해 그 대학의 문화를 기획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대학 진학 후 1, 2학년 때는 문화 기획을 위한 역량을 쌓기 위해 여러 축제를 다니고, ‘소셜 페스티벌’이라는 문화 관련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했다. 군대에 가선 구체적인 계획을 짜게 됐다. ‘성균관 유생’이라는, 우리 학교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유생 문화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균관’, ‘유생’, ‘선비’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이나 논문은 모조리 사서 매일 읽었다. 아직도 그 책들이 집에 잔뜩 쌓여있다.

기획단을 만들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전역하고 난 후엔 그동안 구상해왔던 것들을 행동으로 옮겼다. 지난 6월 기말고사 기간에 기획단 모집 포스터를 붙인 게 시작이다. 학교의 지원을 받은 것도 아니고, 지인들을 설득하지도 않았다. 정말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지인들뿐만 아니라 전혀 모르는 학우들도 찾아와 함께 기획단을 꾸리게 됐다. 처음 20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약 40여명의 학우들이 함께 하고 있다.

유생 문화라는 게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행사 기획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매주 화요일 ‘유생문화 세미나’를 연다. 군대에서 성균관 유생들과 관련한 정보를 싹 다 모아 매뉴얼을 정리했는데, 그 매뉴얼을 가지고 유생 문화나 유교 문화 등을 공부한다. 우리 활동이 단순히 유생 코스프레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기획단 스스로가 성균관의 역사나 유생들에 대해 꿰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행사는 시험기간을 피해서 기획한다.

유생 문화도 다양할 텐데, 지금까지 어떤 ‘유생 문화’를 기획했나.

수험생들에게 귤을 나눠주는 ‘황감제’나, 수시논술 날 ‘응원제’ 등을 새롭게 구현해 진행했다. 황감제는 성균관 유생들이 시험을 볼 때 임금이 제주도에서 진상해온 값비싼 귤을 하사한 것이며, 응원제는 정조가 과거 시험 전에 성균관 유생들을 응원한 것이다. 이렇게 거시적인 행사도 있지만, 무엇보다 유생들의 기본적인 생활 문화를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통 인사인 ‘읍례’부터 기획했다. 이밖에도 유생들의 학습 환경을 간접 체험해보는 도서관 이벤트도 진행했다.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계획하고 있는 행사가 있나.

최근에 성균관 유생들의 유생복인 ‘청금복’을 맞췄다. 옷을 갖췄으니,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예정이다. ‘유생문화 데이’라고 해서 특정 요일을 정해서 기획단원들이 하루 종일 유생복을 입고 학교생활을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또한 15학번 새내기들이 ‘성균관대학교는 원래 이런 곳’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독특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한 예로, 성균관 유생들의 입학식인 ‘신방례’처럼 선후배가 서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음식을 가져와 나눠먹는 파티를 여는 거다.

우리 학교 '성균관대 유생문화 기획단' / ⓒ민신홍 학우 제공

우리 학교만의 대학문화를 확립하기 위해선 어떤 점이 개선돼야한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학우들의 학교 내 문화에 대한 무관심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아리 공연을 금잔디 메인 무대에서 해도 ‘뭐야’하고 스쳐지나가는 그런 상태에서는 우리 학교만의 대학문화를 만들기 힘들다. 우리 기획단은 학우들의 관심을 살만한 멋진 콘텐츠를 제작하고, 학우들은 그런 걸 보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학교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우리만의 ‘문화 DNA’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