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오늘 경제대학 졸업식을 마치고 나름 짠한 가운데, 졸업식에서 만난 학생들을 생각하며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성대신문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성대신문의 돌물목 코너에 실릴 기고글을 써달라고 한다. 오늘 졸업식에서 만났던 우리 졸업생들을 나름 짠한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런저런 전할 말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용감하게 원고 청탁을 수락하였다. 한편 정작 뭉클할 정도로 모든 과정을 잘 헤쳐 나가고 있는 우리 청년들에게 과연 내가 무슨 보탬이 되는 말을 추가로 보탤 수 있을까 순간 의기소침해져버린다.

그래도 오늘 경제대학 졸업식에서의 느낌은 여전히 새록새록 하다. 불과 5~6년 전 미소년들의 모습으로 입학식에서 만났던 학생들이 어느덧 졸업생이 되어 이런저런 모습으로 졸업장을 들고 악수를 할 때의 모습은, 그냥 대견하다기보다는 감동이었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절에 소위 ‘신의 직장’에다가, ‘신도 모르는 직장’에까지 너끈하게 들어간 대견한 모습들뿐만 아니라, 여러 더욱 어려운 길을 선택하여 늠름하게 버티면서 졸업장과 함께 웃으면서 악수를 한 졸업생들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희망이었다.

이렇게 감동을 안겨준 청년들에게 교훈적인 말씀을 내가 남길 수 있는 여지는 없는 듯하여, 그냥 더 일찍 나이 오십다섯이 되어버린 선배 입장에서, 교회를 다녀본 학우라면 익숙할 간증 혹은 고백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돌이켜보면 ‘인생 한 방’이란 말이 참 절절하게 느껴진다. 길다면 긴 세월이었을 오십오 년의 세월이 ‘한 방’으로 느껴지는 것은, 단지 지난 세월의 덧없음이라기보다는 우리 삶 자체가 가지는 ‘일회성’이라는 특성 때문이라 추측한다. 굳이 음침한 경제학(dismal science) 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우리의 삶이란 것이 반복적 게임이라기보다는 단 한 번의 일회적 게임(One-shot game)에 가깝다는 것이다. 즉 우리 일생의 가장 주요한 결단은 반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생 한 방”의 일회성은 결코 청춘들의 결정이 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어차피 “한 방”인 마당에, 청춘들이 목숨 걸고 바라는 그 “한 방”을 다짜고짜, 대책 없이 날리는 바로 그 “한 방”이 진정한 “한 방”이다. 정말 걱정할 것은, 내가 언제 기뻐 전율하고, 내가 언제 절망하는가를 분별할 수 없는 경우, 즉 내가 누구인가를 모르는 경우이다.

나도 그랬지만, 후배들도 동일하게 겪는 과정들이, 모든 것이 불투명한 과정에서 겪는 방황과 대책 없음일 것이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절대 진리의 마지막 보루일 것이라고 기대했던 물리학조차도 난맥이다. 양자물리학에 의하면 결국 quark의 특성은 관찰자의 특성에 의해 규정지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국 교수님, 부모님, 선배님 말씀은 왼쪽 귀로 열심히 듣고, 오른쪽 귀로 완전히 흘려버리는 것이 온당한 선택이다! 온전히 내가 언제 어떻게 미칠 수 있는지를 탐색하면서, 내가 원하는 세상, 내가 꿈꾸는 세상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졸업식장에서 만난 경제대학 졸업생들로부터 받은 감동은 충분했다. 음흉한 미래학자들은 자본주의의 미래가 탈출구가 없다고 한다. 이런 비관적 미래는 우리 청년들이 스스로가 전율할 수 있는 세계를 찾는 것을 포기할 때의 결과다. 한편 우리 선배들이 그랬듯이, 우리도 또다시 우리 청춘을 불태울 수 있는 열정을, 꿈을 찾을 때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나간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초단기 압축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우리나라의 발전경험과 또 그 이후 역시 초고속으로 민주화를 위한 사회적 갈등의 경험이, 성장잠재력을 상실해버린 후기 자본주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줄 원천이다.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 골몰해있는 서방 자본주의 체제에 우리나라가 혁신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기존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 골몰하는 부패한 수구세력들에게 혁신의 힘이 미래의 희망임을 보여주는 역할을 우리가 담당할 때이다. 놀랍게도 우리 성균인들에게 주어진 기회와 역량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깨달은 졸업식이었다. 다가오는 입학식과 새터, 그리고 신입생과 학우들로 붐빌 봄 교정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다.

▲ 김영한 글로벌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