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솔 편집장 (eunsol_kim@skkuw.com)
 

첫, 처음, 시작… ‘처음’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처음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괜히 설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앞날에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 ‘처음’이라는 단어는 항상 묵직한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로 인해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항상 철저하게 준비해 첫걸음을 내딛곤 한다. 제 47대 총학생회는 지난 1월부터 시작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로 첫걸음을 내딛었다. 그들에게 등심위라는 첫걸음은 어떤 무게감으로 다가왔을까.

지난달 16일, 인사캠 총학생회 SKK人Ship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총 6회 차에 걸친 등록금심의위원회 결과’라는 이름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학부등록금 동결, 대학원 등록금 인상 확정이 난지 12일이 지난 후였다. 이 날은 2015학년도 1학기 등록금 납부 첫날이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등심위 회의록의 뒤늦은 공개에 문제를 제기하는 댓글이 달렸고, 각종 커뮤니티에도 등록금 공시와 관련해 황당해하는 학우들의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학우들에게는 학교 홈페이지를 뒤져야 찾을 수 있는 등심위 회의록보다, 총학생회의 페이스북 혹은 대자보를 통한 소식이 더욱 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등심위 진행 기간 동안, 총학생회의 페이스북은 너무나 조용했다. 등심위 진행 과정에서 학우들의 피드백을 받거나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는 그 어떤 공시도 없었으며, 중운 위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자리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당장 2만여 학부생들의 학비와 직결된 등록금 심의 과정에서 학우들은 철저히 객체였다. 한 학우는 “등심위가 언제 진행됐는지도 몰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학우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는 총학이 되겠다는 약속과 달리, 등심위 진행 과정에서 총학생회는 학우들과 소통하지 못했다. 학우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던 그들은 등심위 진행과정 중에 학우들과 가장 멀리 있었던 것이다.

등록금 심의는 끝났지만, 진행 과정에서의 아쉬움은 진하게 남는다. 이번호 등심위 취재 중에 인사캠 총학생회장은 “죄송하다, 처음이라 미숙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미숙했다는 말로는 그들이 져야할 처음의 무게를 덜 수 없다. 오히려 처음이기에 그들의 첫걸음은 더욱 무거웠어야 했다. 사소한 것이라도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어야했다는 것이다. 결국 소통이 부족했던 총학생회는 첫걸음부터 삐걱거렸다. 하지만 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말 뿐이 아닌, 진짜 소통하는 총학생회가 되어야 한다. 다가온 새 학기, 더 이상 ‘불통’이라는 딱지가 총학생회의 행보를 가로막지 않도록, 학우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처음의 약속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